벼농사 수익을 고스란히 임차료로

이모작 잘 되는 땅, “임차료 더 내”

  • 입력 2014.02.09 22:33
  • 수정 2015.11.08 00:1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 김제시 광활면은 간척지 위에 생겨난 지역이다. 그곳에서 감자 재배에 한창인 B(48)씨를 만났다.

총 1만평(3만3,000㎡) 농사를 짓는 B씨는 그 가운데 4,000평 가량을 광활면에서 임차하고 있다. 김제 지역의 일반적인 농지 임차료는 1,200평(4,000㎡)을 한 필지로 필지당 미곡 12가마. 필지당 27가마 정도의 높은 생산성을 감안하더라도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 B씨가 경작하는 광활면의 농지 임차료는 그보다 3가마를 더한 15가마다.

광활면은 이모작에 특화된 땅이다. 소금기 있는 간척지라 필연적으로 벼농사를 짓는데 배수가 잘되다 보니 겨울철에 감자, 양상추 등의 시설작물이 잘 자란다. 10여년 전부터 감자농사의 성공이 꼬리를 물면서 높은 수익성이 입증됐고, 지주들의 욕심과 농민들의 경쟁이 필지당 15가마라는 비싼 임차료를 만들었다.

▲ 전북 김제시 광활면의 경우 벼농사에 이은 감자농사 등으로 2모작이 가능하다보니 임차료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 <한승호 기자>

B씨는 “어차피 자기(지주)가 농사를 못 지으니 내놓은 것 아니여. 자기 받을 것만 받으면 되는디. 하우스 한다고 더 받고, 그건 문제가 있지”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남들 쉬는 겨울동안 힘들게 시설재배를 하는 일은 임차한 농지에서 나름의 활로를 찾는 행위인데 임차료를 3가마 더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B씨는 필지당 15가마의 임차료 가운데 2~3가마를 현물 납부하고 나머지는 돈으로 환산해 납부한다. 이때 1가마당 16만원의 일반미를 재배하면서도 지주의 요구에 따라 임차료는 1가마를 최상품 수준인 17만원으로 계산한다.

그러다 보니 27가마 중 15가마라는 임차료 비율은 돈으로 환산했을 때 432만원 중 255만원이 된다. 벼농사에서 나온 필지당 432만원의 수익에서 비료·농약값 등 생산비 180만원을 제한 순수익이 모두 임차료로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기계값 등의 마이너스 변수와 고정직불금·부산물수입 등의 플러스 변수가 있을 뿐이다.

결국 겨울철 감자 농사에 수익이 달려 있는 셈인데, 감자는 수익이 좋긴 하지만 벼와 달리 기복이 심하다. 2012년에는 가격이 좋아 4,000평에서 1,700만원의 수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800만원에 그쳤다. “감자값 안좋으면 기껏 빌린 땅에서 거저 농사 지어 주는겨”라는 고씨의 말이 씁쓸하다.

B씨는 “정책이 자꾸만 대농 위주로 가고 있으니, 임차료 문제는 소농들 문제라 신경을 안써주는것 같어. 우리는 항시 약자니까, 규정을 좀 마련해 주든지 했으면 좋겄어”라고 바람을 전했다.  <권순창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