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임대차만큼은 상한선 정해야”

농어촌공사 통한 임대차 계약서 해결 실마리 구해야

  • 입력 2014.02.09 19:1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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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이 고향인 이상진씨(서천군 마서면)는 4만5,000평(약15ha)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 이 중 3만3,000평은 임대한 논이다. 이씨가 처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논은 4,000평 정도였다.

“80년대부터 임대로 농사규모를 늘렸는데 각각의 논 주인이 9명입니다. 쌀값이 고정되다시피 하니까 늘리게 됐지요.”

▲ 충남 서천에서 농사짓는 이상진씨가 임대한 논 앞에 서서 임차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그가 농사짓는 논은 송석들력을 중심으로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200평당 쌀 2가마(1가마=80㎏)를 임차료로 내지만 용수로 정비상태가 좋지 않거나 경지정리가 안 된 곳은 200평당 쌀 1.5가마를 준다고 한다. 같은 면적에서 생산하는 조곡은 약 480㎏. 도정을 거치면 쌀 4가마니가 된다. 생산량의 절반 남짓이 임차료에 들어가는 셈이다.

“농민들 사이에 임대를 놓고 경쟁이 붙어 임차료가 많이 올랐습니다. 예전엔 200평당 1가마니 2말 가량을 냈거든요. 10년 새에 3:7에서 5:5가 됐습니다. 서천지역은 여기서 더는 못 올립니다. 2가마니가 마지노선이죠.”

지난해 그가 거둔 나락은 해가 넘어갔는데도 팔지 못한 채 창고에 남아있었다. 60㎏에 8만4,000원이던 나락값이 8만1,000원으로 떨어져 팔 수 없었다고 한다. 그의 논에서 거둔 조곡은 약 108톤.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와 60㎏ 8만4,000원에 팔 수 있다고 가정하면 논농사로 거둔 수익은 약 1억5,120만원이 된다.

현재 서천지역에선 쌀 1가마니 값이 16만5,000원 정도다. 임차료로 200평당 쌀1.5가마를 주는 농지가 2만평, 2가마인 농지가 1만3,000평이니 임차료 지출만 7,000만원을 약간 웃돈다.

지출은 임차료만 드는 게 아니다. 5년 분할로 사들인 트랙터(6,000만원), 콤바인(5,500만원), 이앙기(2,000만원), 지게차(1,400만원)의 1년 납부금이 3,000만원을 넘는다. 사들인 농기계로 농작업대행도 하지만 한 해 농기계를 돌리는 기름값(800만원)과 수리비(600만원)를 생각하면 큰 부담이다.

또, 1년 동안 인건비(700만원), 비료값(700만원), 농약값(350만원)을 합하면 총 1억3,285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쌀값이 내려가자 기약 없이 창고에 나락을 쌓아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렇다고 농사규모를 더 늘릴 계획은 없어요. 부부 둘이서 농사짓는데 한계가 있거든요.”

쌀값은 오를 기미가 없는데 물가는 오른다. 농약값이나 비료값도 역시 오를거다. 임대료는 이제 더는 못 올리는 마지노선에 닿았다. 하지만 농사규모를 더 늘려야 지출을 감당하는 농민들은 논 주인에게 쇠고기를 사다주며 임대를 구한다는 게 지역에서 떠도는 소문이다.

임대차 계약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구두 계약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외지인의 논을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직불금을 자신이 받겠다고 요구하는 외지인들도 있다. 자신이 실제 농사짓는 것처럼 직불금을 받아 농민에게 돌아갈 감세혜택을 얻으려 하는 거다. 이씨도 5,000평 가량이 외지인에게 임대한 논이고 지주가 직불금을 수령한다고 밝혔다.

임대료를 내는 방법도 현금납부와 현물납부가 혼재해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씨는 “현물로 납부하는 면적이 1만평은 된다”며 “이제 정부에서 농지임대차만큼은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 계약을 통해 임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는 흔히 지주와 농민이 함께 가서 계약을 맺는다. 그러면 농어촌공사에선 지역에서 통용되는 임대료를 알려주고 그 선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보통 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차 계약은 5년 장기계약이다. 해마다 임대할 논을 찾는 수고를 덜고 임차료도 5년은 안정되는 셈이다. 땅 주인도 농어촌공사가 5년치 임대료를 일시불로 지급해 목돈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선호한다고 한다. 땅 주인과 임차농 둘 다 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계약을 선호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3년 전부터 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계약도 임차료가 200평당 1.7가마에서 2가마로 올랐습니다. 농어촌공사에서 임차료는 지금보다 내려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해야 합니다. 상한선을 두고 임대료를 묶는다면 2~3년 뒤엔 지역에서 기틀이 잡힙니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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