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줄어도 임차료는 상승

쌀값 하락·생산비 상승·임차료 증가, 임차농 ‘삼중고’

  • 입력 2014.02.07 16:48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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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지의 절반 가까이가 임차농지이고, 농민 60%이상이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이라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지형, 토양 등 지역특색에 따라 임차료는 각기 다르겠지만, 임차농의 대부분이 적게는 661㎡(약 200평)당 1가마니에서 많게는 2가마니 이상까지 임차료로 지불하고 있다. 평작의 경우 한 마지기당 4가마니(80kg 기준)의 쌀이 생산된다고 하니 임차료로 절반 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와 고품질 수확 등으로 해마다 단위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이와 같은 임차료는 임차농들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농지법의 ‘함정’

농민들이 농지를 빌리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사업을 통해 빌릴 수 있고 지자체를 통해 국유지를 빌릴 수 있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땅 소유자와의 개인 거래로도 빌릴 수 있는데, 이 개인거래가 임차료 횡포로 이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농지은행 사업을 통해 거래되는 농지가 전체의 10%정도 밖에 안 되니 대부분이 개인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상당수의 임차농들이 개인지주들의 횡포를 감내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농지법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해당 농지를 소유한 사람이 경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농지은행을 활용하는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1996년 이전에 취득한 농지는 본인이 경작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기 때문에 정부도 어떠한 압박을 가할 수 없다. 농지법의 함정이다.

그나마 이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해마다 농지 이행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실정이다. 시군에서는 최소 과거 5년을 기준으로 이행실태를 조사해야 하는데 최근 3년 동안의 농지거래가 이루어진 것에 한해서만 조사하는 방식으로 묵인하는 것이다.

또한, 농지법이나 농지은행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아 계약서 없이 개인간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강영덕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 농지사업팀 차장은 이에 “경자유전의 법 위에 사유재산 인정에 대한 법이 있어서 농지를 소유하고자 하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주들의 횡포, “절반 내라”

본지가 농지 임차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의 임차농들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임차료로 지불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간척지인 김제 광활면의 경우 3,966㎡(약 1,200평)당 255만원을 임차료로 지불하고 있었다. 평작 기준 1,200평에서 27가마가 생산되면 15가마가 임차료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생산비까지 포함하면 벼농사 수익은 전부 임차료로 지불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모작인 감자로 수익을 내는 실정이다.

임차료 책정 기준은 대부분이 농협 RPC 거래가격 등 현지 시세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농어촌공사 농지규모화사업 장기임대차를 통해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지을 경우에는 지난해 기준 3,000평당 현금 434만원을 임차료로 지불했다. 최근 5개년 평균은 397만원가량이다.

농지은행의 장기임대차사업은 전업 또는 은퇴하고자하는 농가 등으로부터 장기임대한 농지와 공사소유농지를 전업농 등에게 장기임대함으로써 영농규모 확대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강영덕 차장은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빌리면 임차료가 평균 1ha당 산간지방의 경우 220만원대, 간척지의 경우 300~ 350만원대에 빌릴 수 있다. 간척지는 모두 기계화가 가능해 작업이 쉽고 생산성도 높기 때문에 임차료가 높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전국의 토지임대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벼농사 지역 3개 시군의 연평균 임차료 현황을 공개했다.

땅값이 비싼 김제 간척지의 경우 3,000평당 기준을 감안해 볼 때 농지은행 장기임대 임차료는 개인간 거래의 임차료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타 지역은 가마로 환산할 경우 1마지기당 1가마 정도지만, 간척지는 3,000평에 58가마가 생산된다고 할 경우 434만원의 임차료가 나오려면 1가마 반 이상의 임차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강 차장은 “과거에는 시군에서 조례로 임차료 상한선을 정했지만 과도한 제한이니 재산권 침해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됐다. 지금은 시군에서 생각하는 가격과 임대인이 생각하는 가격, 마을의 대표인 이장과의 논의까지 합쳐 임차료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강 차장은 또한 “음성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불법 농지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 농지은행을 통해 거래하면 임대인에 양도세를 감면해주고, 장기임대료 5~10년치를 미리 지급하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최대 11%였던 임대수탁수수료도 임대인들의 지속적인 건의 끝에 최근 5%로 낮아지기도 했다. 임차인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연체료도 기존 15%에서 11%로 낮췄다.

지금까지는 납부 기한이 하루라도 연체되면 바로 연체료가 부과돼 농가 부담이 상당했다. 그러나 개인간의 거래에서는 농민의 사정에 따라 납부기한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사의 비싼 연체료는 농지은행 이용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온 실정이다.

강 차장은 “농지를 맡기는 임대인의 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연체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결국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기지 않고 그냥 팔아버리는 수가 있어 임차인에 장기 임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차료의 증가에는 과거 정부가 쌀 문제를 풀어보고자 도입한 ‘쌀 생산 조정제’도 한 몫 했다. 쌀 생산조정제란,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고 있는 그린박스보조금으로 휴경지에 쌀과 상업용 작물을 심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가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2003년 시행되면서 휴경논 보상이 많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임차료가 최대 10%까지 오르는 형국을 보였다. 지주들이 쌀 생산 조정제에 참여하면 농지를 놀려도 10a당 30만원의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임차료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쌀값 하락, 생산비 상승, 임차료 증대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다.

생산량 줄어도 임차료는 제자리걸음

농지를 임대하는 지주들은 지역 땅값에 비교하면 임차료가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기후변화와 고품질 생산 등으로 해마다 단위생산량이 줄어드는 농민들에게 현재의 임차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차료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드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공개된 농어촌공사 농지규모화사업 장기임대차 연평균 임차료 현황만 봐도 임차료는 해마다 큰 변동폭 없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남의 최근 4년 동안 10a당 백미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살펴보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이변과 더불어 다수확 품종에서 고품질 품종으로 전환하는 것과,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재배 면적이 크게 확대된 것이 생산량 하락의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2009년 전체 쌀 생산량이 각각 484만톤, 492만톤이었다. 이어 2010년산이 430만톤으로 급감했으며 2011년산 쌀 생산량도 422만톤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벼 단수는 1990년대에 연평균 1.2% 증가했지만, 2000년대 들어 태풍 및 집중호우 등 잦은 기상이변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대돼 단수변동 폭도 커졌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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