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임차농 보호 시급하다

[전문가 기고]

  • 입력 2014.02.07 13:4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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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상품(재화)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주의경제체제에서는 농지(토지)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농지도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적절하게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제한을 가한다.

▲ 윤석원 중앙대 교수
우리나라도 1945년 일제강점기 이후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1948년 농지개혁을 단행하여 농사짓는 농민만이 원칙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소유면적도 3ha(9,000평)이하로 제한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개발과정에서 농지소유의 제한은 점차 풀렸고 농지가 농업생산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원칙적으로 300평 미만의 농지와 농지은행에 맡겨 임대할 경우에만 도시민의 농지소유를 허용하고 있으나, 현실은 도시인의 농지소유가 약 48%에 달하고 있으며 약 20%의 농지는 농지법 위반임이 명백한 실정이다.

문제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이 도시인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임차하지 않을 수 없다는데 있다. 전체 농지의 약 43%, 농가의 약 60% 이상이 임차농가이니 지주의 횡포와 전횡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고율의 지대와 지주의 횡포로 피폐해져 있던 1940년대 농지개혁 당시의 농촌상황과 유사한 상황이 지금 이 시대에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특히 쌀농사의 경우 쌀소득이 확보되지 않으니 면적이라도 늘리게 되고 지주는 임차료를 올리거나, 직불금 등 정부의 농민을 위한 보조금을 지주가 가로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새 편법과 탈법으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지주가 갑이 되어 있는 형국이다.

특히 대규모 농업지역의 경우 고율의 임차료와 농지의 갑작스런 회수라는 지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속앓이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시급한 것은 강력한 농지임대차보호법을 현행 농지법과 별도로 제정해 약 60%에 달하는 임차 농민을 보호해야 한다.

농지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농민이 안정적으로 농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현행 3년으로 돼 있는 임차기간을 유럽 선진국이 8~9년임을 감안하여 최소한 8년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농지 임대인이 기간만료 후에도 계속 임대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임차인에게 임대하도록 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임차인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농지의 확보가 보장돼야 생산비 절감을 위한 고가의 농기계 이용계획이나 중장기 영농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지투기를 막고 부재지주의 과도한 임차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서 임차료율은 생산량의 20%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지주의 저항이 있을 수 있으나 임차농민들이 집단적으로 임차를 보이콧 하는 등 단체 행동도 어느 정도 필요하리라 본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농지임대차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부조리는 직불금이 공공연하게 생산자 농민에게 가지 않고 지주에게 귀속 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일정기간(8년) 이상 자경한 경우 대폭적인 양도세의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주들은 자경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게 되어 쌀소득보전직접지불금을 직접 수령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지의 이용과 소유에 관한 일제 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서류상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농지소유와 이용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농지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처분하도록 조치하고 편법으로 나무를 식재한다던지 할 경우 양도세 감면혜택을 주지 않는 등 농지가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기수단으로 전락한 농지에 대한 우리사회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설사 농지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다해도 성공할 수 있고 직불금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고 = 윤 석 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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