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대응, 올바로 하고 있나

책임회피·과잉처분… 정부 대응을 둘러싼 의혹들

  • 입력 2014.01.26 21:0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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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한지 열흘이 지났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과 확산되는 감염 피해에 방역당국도 분주하게 조기 진압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를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왕좌왕 하는듯한 모습과 일관되지 않은 대응이 지켜보는 이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농식품부의 AI 방역대응은 과연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걸까.

발병 원인은 철새 탓?

16일과 17일 첫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신고 농장 인근에 위치한 동림저수지에서 100수 규모의 가창오리 폐사체가 발견됐다. 정밀검사 결과 가창오리가 신고농장들과 같은 종류(H5N8형)의 고병원성 AI로 확진되면서 농식품부는 이번 AI가 겨울철새인 가창오리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창오리의 폐사체는 100수 이내에 불과하며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은 그 중 24수 뿐이다. AI의 원인을 가창오리로 돌리기엔 그 규모가 미미해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AI 발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가창오리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동림저수지에 가창오리가 도래한 것은 지난해 11월 상순. 최대 20여일이라는 AI의 잠복기를 고려해도 2~3개월동안 아무런 징후가 없다가 최근 갑자기 발병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 AI가 최초 발병한 전북 고창 지역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한 채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농민회총연맹>

최초 발병지역인 전북 고창군에 거주하는 이대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역 주민들은 AI가 철새 탓이라는 주장을 하나도 믿지 않고 있다. 첫 폐사 이후 단 한마리도 추가로 죽지 않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며 “11월부터 머물고 있는 철새들이 원인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오히려 농장 오리들로부터 가창오리에게 병이 옮았을 수도 있다”고 첨언했다.

농식품부측은 반박여론이 거세지자 “바이러스가 가창오리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자세한 것은 확인된 바 없다. 폐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신중하게 조사를 하는 중”이라며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살처분 범위 확대, 실효성 있나

고병원성 AI가 공식 발생하면 마련된 지침에 따라 해당 농장은 물론 반경 500m 이내의 가금농장에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된다. 또 반경 3km 이내의 가금농장에는 방역강화 및 상시예찰 등 집중관리가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농식품부는 21일 살처분 범위를 지침보다 확대해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의 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AI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예방조치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500m 이내 살처분 범위의 경우 오리와 닭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확대된 범위에서는 현재까지 닭의 감염사례가 없는 점을 감안해 대상을 오리만으로 한정짓고 향후 닭에서 한 건이라도 AI가 발생할 경우 같은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살처분은 농가의 경제적 손실과 정부의 재정 부담을 야기한다. 현재까지의 살처분 규모는 오리 28개 농장 32만7,000여수, 닭 2개 농장 8만3,000여수이며 살처분 보상금은 43억9,000만원에 달한다. 그나마 농가별 보상금은 AI 확진 농가의 경우 시중 가격의 80% 수준에 그쳐 농가의 불평이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AI 근절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며 이처럼 고강도의 대응책을 펴고 있지만 살처분의 확대가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재정을 낭비하는 과잉대응이라는 것.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 교수는 “살처분 확대가 크게 유효할 것 같지는 않다. 확대하지 않는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로 인해 농민들이 입을 손실과 형량해 보면 손실이 더 클 수가 있다”고 지적하며 “농식품부의 주장대로 철새가 AI의 원인이라면 살처분 확대는 크게 의미 없는 상황이다. 대응책의 추진 과정도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질병 대책은 정확한 방향성을 잡고 불필요한 인력 소모를 줄여 집중 활용해야 한다. 매번 임기응변에 급급하며 허둥지둥하면서 모든걸 막아보겠다 해선 안된다. 방역의 요점을 제대로 잡고 대응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방역도 놓치게 되는 현실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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