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농협서 공급한 ‘다현녹두’ 모두 폐작

외래종 공급 논란에도 농협 ‘모르쇠’ 일관
피해대책위, 조합장 사과와 피해배상 촉구

  • 입력 2014.01.24 13:31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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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22일 ‘다현녹두’를 자가 채종한 종자를 심은 밭(왼쪽)은 정상적으로 생육하고 있지만 같은날 제주시농협에서 종자를 공급 받아 심은 밭(오른쪽)은 열매가 썩고 잎이 누렇게 변했다.

지난해 제주시농협을 통해 ‘다현녹두’를 공급받아 재배한 농가들이 모두 폐작하면서 농협이 외래종을 공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제주시농협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현녹두는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선발·육종한 품종으로 제주시농협이 지난 2011년부터 농가에 공급해온 국내 녹두 품종이다. 다현녹두를 재배한 농가들이 해마다 풍작하자 2013년 다현녹두를 재배하고자 희망하는 농가들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농협은 2012년에 판매했던 종자를 다시 사들여 지난해 6월 7일 농가에 공급했으나, 이를 공급받은 농가들이 본격적인 수확기가 오기도 전에 모두 폐작을 면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년보다 빨리 익으며 썩어버린 녹두에 의구심을 품은 농가들은 해당 농협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원인규명을 요구했지만 농협은 기상재해로 인한 ‘병해’를 이유로 들며 대답을 일축했다.

그러나 다현녹두를 자가채종한 농가의 경우 평년과 같이 정상 수확하면서 폐작한 농가들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져 갈 뿐이었다. 중국산 녹두종자의 대부분이 일찍 수확하는 극조생종이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를 입은 23개 농가가 제주시녹두종자피해농민대책협의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이번 폐작에 대한 원인 규명에 팔을 걷어 붙였다.

대책위는 다현녹두 종자와 제주시농협에서 2013년에 공급한 녹두종자, 그리고 오일장에서 중국산으로 판매되고 있는 녹두종자를 모아 모 대학에 DNA마커 분석을 요청했다. 그 결과 2013년 제주시농협에서 공급한 종자가 중국과 인도 중간 정도에서 나온 ‘외래종’임이 밝혀졌다.

이에 앞서 국립종자원, 식량과학원 등에도 유전자 분석을 요청했지만 녹두에 대한 마커가 없고 재배시험도 노지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분석을 거부했다.

원인철 제주시녹두종자피해농민대책협의회 대표는 “국립종자원에서는 재배시험은 노지에서밖에 할 수 없고 보낸 시료는 종자가 불균일해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제주테크노파크를 통해 국내 기술로 DNA마커 분석도 한 달 만에, 재배시험도 한 달 만에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분석 결과에 따라 대책위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두를 공급받을 당시 조곡용 포대가 아닌 일반 포대에 담겨왔으며 나팔꽃 씨까지 다량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농협 측에서는 아무런 표기가 없는 조곡용 포대에 녹두종자를 담아 다시 공급했다는 것. 원 대표는 “농협에서는 2012년도 농가에서 수매한 포대 그대로 농가에 공급했다고 하는데 당시 녹두를 출하한 농가들은 지난해 6월 공급된 일반미 포대가 아닌 조곡용 2호 포대에 담아 출하했다고 한다. 그런 포대는 어디 가서 구할 수 있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처음엔 수매한 포대 그대로 수매했다고 하더니 그 후엔 수매한 녹두를 다른데 유통시키려고 했었다고도 하고 다른 종자가 섞였을 수도 있겠다고 얼버무리기까지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종자산업법’에 의하면 종자를 공급할 때 조곡용 포대에 품종과 년산, 공급자 성명을 필수로 기재해야 하며, 기재하지 않을 경우 법에 위배된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녹두종자 공급 업체 공개와 업체에 대한 법적대응 ▲농가피해 조사와 피해 배상 ▲조합장 공개사과 ▲지도·경제사업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했다. 반면 제주시농협은 다현녹두의 폐작 원인은 곰팡이성 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폐작이 재해피해로 인정되면서 정부는 피해농가에게 농어촌진흥기금을 무이자로 지원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농민 부담금 이자 1.8%를 농협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폐작한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피해조사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주시농협 대의원총회를 통해 “녹두 등과 같은 종자사업이 말썽이 많으니 일체 종자공급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원 대표는 “결국 중요 사안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안인 관련 임직원들의 인사상 문책은커녕 조합장 공개 사과조차 안한다. 농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다.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면 형사고발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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