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다시 농민의 희망을 말한다

[신년 사설]

  • 입력 2013.12.29 16:55
  • 기자명 한국농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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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던 해가 뜨지 않는 아침은 없었을 것이다. 날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던 우리네 농민들이다. 해가 저물 때까지 휘어지는 허리를 부여잡고 격한 노동의 하루하루를 내일이 있다는 희망으로 몸서리치며 살아냈다. 그렇게 이 땅 한반도에서 일만여 년을 뜨겁게 살아왔다. 그것이 순리라 알고 천리라 느끼며 말이다.

2014년, 해가 밝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여느 때와 같은 붉은 태양이지만 우리는 저 태양에 새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이 순리이고 그것이 새로운 삶의 틀거리를 담보하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따순 밥의 안온을 느끼며 그것으로 일 년을 움직이는 힘을 내오기 때문이다.

돌아다보면 어쩌면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모조리 빼앗겨버린 듯한 허무함으로 일 년을 마무리 했다. 흉년에 추수 후 빈 몸으로 돌아가는 농민들의 비어버린 가슴처럼 먹먹한 한 해였다. 아니 작년만이 아니었다. 벌써 수십년을 그렇게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농민들이란 그렇게 빼앗기고도 다시 씨를 뿌려야 하는 천형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WTO와 한·칠레FTA, 한·미FTA, 한·유럽FTA, 한·아세안… 셀 수도 없는 수많은 자유무역협정은 농산물을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의 대열로 세워 냈다. 그 결과 하늘의 이치로 농사짓던 이 땅의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자본의 예리한 칼날에 잘려 나가는 비극이 시작 되었다. 이 비극의 끝을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자본의 한없는 탐욕은 이 땅의 농사를 끝장내고야 말 것이다. 이로써 이 땅 농사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고 박물관에서나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60여년 산업화의 제물로 스스럼없이 바쳐진 희생양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젠 글로벌 자본의 손쉬운 먹이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농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행위다.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농사는 인권의 보루다.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을 넘는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도 먹이는 절체절명의 것이다.

농사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시장의 교역질서에 따라 자본의 폭압에 따라 농사를 맡겨 두고선 국민의 인권을 보호 할 수 없다. 인권의 보호는 국가의 책무다. 따라서 국가는 농사에 대한 공적영역을 정확히 하고 공공성에 대한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2014년 갑오년은 우리가 지금껏 지켜온 농업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다시 논에 씨를 뿌려야 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한다. 120년 전 갑오년 농민들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떨쳐 일어난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맞이한 오늘 아침 밝은 태양아래 이 시대의 희망을 만들어 가야한다.

농사는 신자유주의열차에 올라타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충돌할 수도 없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농민들에게 달려있다. 농민들의 창조적 의지만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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