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며 살자, 다짐했던 1년

  • 입력 2013.12.22 22:2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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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이방인의 등장에도 푸근한 웃음 내어주는 이. 엉덩이에 착 달라붙은 동그란 일방석 위에 털썩 앉아 한 손에 낫 들고 한 손으로 밭일에 여념이 없는 이. 얼어붙은 들판에서 외투 여며가며 밭일과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자잘한 웃음이 끊이질 않던 이.

카메라 든 모양새에 “어느 TV”냐 묻고 “테레비에 나가면 자식들이 보고 방안에 들어 앉혀 놓으니 절대 내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이. “TV로는 절대 안 나가요” 기자의 말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 들판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 뒤 받는 일당 얼마냐고 물어보니 목장갑에 엉켜 붙은 흙 털어내고 손가락 세 개 남몰래 수줍게 펼쳐드는 이.

그래도 겨울 한파에 용돈벌이 가능한 밭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켜켜이 쌓인 주름 가득한 미소 내보이는 이. 시린 바람 가득한 들판에 흐드러지게 풀어놓는 농민들의 웃음소리에 모난 상처에 연고 바르듯 쭈뼛거렸던 그 마음 ‘치유’가 되는 순간, 하루, 한 달, 1년 … 이 땅의 농촌 위에 언제 어디서든 마주보게 될 저 웃음 혹은 울음, 기록하며 살자, 그리 다짐했던 어설픈 이 하나. 가슴에 새기는 김남주 시인의 시구.

‘가자 이 길을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멀다 하지 말자’
‘가자 이 길을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험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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