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호로 보는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 입력 2013.12.22 13:4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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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농민은 농사로, 농협은 판매로

농민들의 걱정은 예나 지금이나 판로에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생산부터 선별, 포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지역마다 농협이 유통사업을 하고 있지만 독자적 사업망을 갖추기 보다 도매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농협이 유통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협 역시 공선회, 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과 최근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해 산지농산물 유통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통정책은 1970년대 작목반, 영농회등을 기초로 한 공동출하조직을 육성해 1980년대에는 농산물의 출하를 목적으로 하는 협동출하반이 육성됐다.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계기로 생산자 중심의 유통에서 구매자 중심의 유통구조로 크게 바뀌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역농협이 농산물을 공동으로 수집해 대형유통업체를 상대로 하는 연합판매사업을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기존 생산자 조직으로 육성되던 작목반 대신 공동선별, 공동계산, 공동출하는 공선회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문제의 해법은 산지조직화에 있다고 지적하고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농협의 책임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8월] 비닐에 싸인 유리온실

정부가 시장개방시대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다시 첨단농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90년대 유리온실사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첨단유리온실사업을 다시 시작했으며 올해 시범적으로 일부 식물공장에 30억원의 정부지원이 투입됐다.

90년대 유리온실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유리온실을 짓기 위해 융자를 받은 농민들은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유리온실이 실패해 흉물로 방치됐다. 깨진 유리 대신 비닐로 온실을 덮은 농가도 있었다.

2010년 정부는 시범사업으로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 첨단유리온실사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화옹간척지 유리온실은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에 부딪히며 사실상 실패했다. 이 사업에 뛰어든 동부그룹은 유리온실 매각에 나섰고 현재 협상 중이다.

국내 식물공장 사업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여서 채산성 확보까진 갈 길이 멀다. 식물공장 역시 기술개발과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여서 유리온실 사업 실패를 되풀이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방문진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농업을 살리려면 시설현대화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식물공장 시범사업에 대해선 “2~3년은 지켜봐야 성과를 알 수 있다”며 “내년에 사업을 지속할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되는 첨단농업 사업의 근본적 문제는 농업의 본질적 기능과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단 점이다. 정부는 농민이 사라진 농사가 우리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9월] 2013 국정감사 무엇을 볼 것인가?

9월 특집호는 10월에 치러질 국정감사에 초점을 맞췄다. 매년 9~10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국정감사는 사회의 주요 쟁점이 되는 사항을 다루기 때문에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유신정부(1963~1972년) 출범으로 국정감사가 중단된 때도 있었지만 1988년 16년만에 부활한 국정감사는 제5공화국 시절의 수많은 비리가 집중 조사되기도 했다.

올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점검하는 기회로, 특히 농업분야 쟁점은 무엇이 될 것인지 전망해 보고, 학계, 언론, 농민단체들의 의견을 물었다. 학계는 농가소득 안정망과 식량자급률 확대 목표, 농정의 근간에 대한 주문을 했고, 농민단체는 농협의 신경분리 1년 점검, 친환경농업 육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언론에서는 ‘농업 직접 챙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점검, 임박한 쌀시장 개방 문제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 농해수위 국정감사는 특별한 이슈 없이 전반적으로 평이했다. 다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우농가의 큰 관심을 받았던 송아지생산안정제 무력화 문제처럼 ‘FTA 피해보전직불제’ 수입기여도의 불법 논란이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월14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해 11월 1일 종합감사까지의 전 일정을 다 끝맺지 못했다. 5월부터 쟁점이 된 쌀목표가격 문제에 여전히 소극적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여야간 입장차이로, 10월29일 종합감사가 ‘중단’ 되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쌀목표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한 해가 마무리 되는 12월에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10월] 늙은 농촌 누가 돌보나

농촌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폐교되는 학교는 늘어나고 자녀들은 대를 이어 농사를 짓지 않는다. 이제 농촌은 노인들의 사회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농촌 노인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빠듯한 형편에 노후를 준비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늙어서도 농부증으로 지친 몸으로 논밭에서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한다.

10월 특집호가 나간 이후 농촌 노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도처에서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농촌건강장수마을 육성사업’을 추진, 선정된 마을에는 노인 건강관리·사회활동·소득활동·환경정비를 지원, 농촌노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경남 의령군에서 시작된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는 국정과제로 채택돼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경남 의령군은 독거노인들이 숙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집을 제공해 ‘노인 고독사 제로’를 이끌어낸 지역이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공동거주제 시범사업으로 전국 30곳을 선정해 시설개선비 지원 외에 의료서비스와 일자리 창출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11월] 서류상으로 유지되는 벼 ‘수탁수매’

쌀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초미의 관심사라면, 두 번째는 쌀의 유통방식이다.

11월 농정신문이 주목한 쌀문제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수탁수매’. 벼 수탁수매란 산지유통업체가 수확기에 사둔 쌀을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시에 시세에 맞춰 판매 후 농가에 정산하는 일종의 후불제 매입제도다. 2011년 RPC에게 벼 수탁수매를 권장하던 정부는 이듬해인 2012년 전국 24개소에 수탁계약 재배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다.

2013년 수확기를 앞둔 정부는 RPC 벼매입자금지원 사업 규칙에 ‘지원자금 30% 이상을 수탁매입할 것’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예를들어 100억원을 지원받은 RPC는 30억원 이상은 반드시 수탁수매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제가 있어야 정책을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탁수매’에 대해 농민들은 냉담하다. 시세가 좋을 때 쌀을 팔아 이익을 주겠다는 목적의 수탁수매가 농민한테 불이익만 남긴 까닭이다.

정부는 2019년 농협수매량의 100%를 수탁수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국내 쌀시장의 수탁수매는 농민들의 수익은 커녕 정산시기가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기회손실, 수매가 80%선에서 정해지는 사전지급금의 쌀값 하락 영향 등으로 농민들한테 손해만 주는제도로 전락했다. 특히 농협의 수탁방식은 협동조합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조합원의 이익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할 농협이 판매수수료 장사만 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2월]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것

항상 베일 뒤에 가려진 것 같은, 하지만 농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농민이 2013년 마지막 특집호의 주인공이 됐다. 농촌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성농민들은 농사의 중요한 담당자가 돼가고 있지만 아직 여성농민 관련 정책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01년 여성농업인육성기본법이 제정 된지 13년이 지났지만 정책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농민은 남편과 똑같이 농사일을 하지만 공동 경영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밭일에 주로 종사하는 여성농민은 남성보다 농부증 발병 비율이 높고, 가사와 육아도 여전히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 하에 전담하고 있다.

그래도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사회과가 농촌복지여성과로 바뀌면서 ‘여성’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부서가 신설됐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는 여성농민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어 여성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창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남 진주시에선 여성농민단체들의 요구로 농가 소규모 식품가공에 관한 조례가 시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식품위생법이 불법으로 규정한 농가의 식품가공품 시중 판매가 가능해져, 여성농민들의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올해 신설된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이시혜 과장은 “기존의 사업을 개선해 여성농민을 참여시키겠다”며 “가공, 유통판매사업은 여성농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남성농민보다 경쟁력이 있으니 더 집중해야할 사업”이라는 정책 구상을 밝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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