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호로 보는 2013년] 1월부터 6월까지

  • 입력 2013.12.22 13:32
  • 수정 2015.11.08 00:2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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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간다. 정부가 바뀌어도 농정은 변화가 없는데다 농축산 분야에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농민들은 더할 나위 없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매월 첫째주 특집호를 발행해 중요한 농정 현안을 분석하고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발굴해 내고 있는 한국농정신문. 2013년 특집호를 통해 올 한 해의 농업과 농정을 되짚어 봤다. 〈사진=한승호 기자〉 〈정리=원재정·김명래·전빛이라·홍기원·안혜연·권순창 기자〉

[1월]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3년의 시작은 여느 해보다 의미가 컸다. 정권이 바뀐 첫 해였기 때문. 이명박 정권의 개방농정하에 철저히 소외받던 중소농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려와 함께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다.

본지에서 개최한 신년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존의 개방농정에서 벗어나 세계적 트렌드에 따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농민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영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식량자급책을 확보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기대보다는 우려가 적중했다. 지난 정권과 달라지지 않은 방향성에, 쌀 목표가격 인상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각국과의 FTA는 더욱 가속되고 있는 추세다. 농민들은 올 겨울에도 힘겨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2월] 수입농산물에 신음하는 농민들

정부는 지금까지 기상재해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다 싶으면 시장가격 안정을 핑계로 외국 농산물을 즉각 수입해왔다. 특히 부족물량 이상을 수입하면서 결국 국내 농산물 가격 폭락을 불러오고, 생산비 이하의 낮은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이면에는 농민들의 말 못할 고충이 숨겨져 있다. 흉작이 나면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격감해 결국 총 소득은 급감하게 된다. 이때 정부는 농산물 수입 정책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지만, 정작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농산물 값이 오를 기미만 보여도 미리 수입하고 비축물량을 미리 방출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풍작이 나면 풍작이 나는대로 자연스러운 폭락을 맞고, 흉작이 나면 흉작이 나는대로 정부가 조장한 폭락을 맞아야 하는 것이 우리 농민들의 현실이다.

수입농산물 관련 특집호가 나간 이후에도 농산물 수입정책에 큰 변화는 없었다. 특히 고추는 국내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수입량은 평년보다 더 늘어나기까지 했다. 고추 재배농가들은 지난 9월 대대적인 투쟁을 벌이며 정부수매를 요구하고, 무분별한 고추 수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농민들의 요구에 충북도의 경우 지난달 농업인경영안전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다음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호주FTA를 체결하면서 축산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등 정부는 여전히 농민을 고려하지 않는 수입정책을 펼치고 있다.

[3월] 농촌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살고 농촌이 산다

정부의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농촌 공동체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10년 12월에 발표한 통폐합 효과 분석에 따르면, 폐교 발생 지역의 아동 청소년층 인구와 청장년층 인구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1982년 통폐합 정책이 시작된 뒤 30년 동안 5,509개 학교가 폐교됐다. 농식품부는 귀농·귀촌을 추진하는데 교육과학기술부는 농촌학교를 없애고 있다. 문을 닫은 농촌지역에서 다시 학교를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귀농·귀촌할 환경을 만들려면 학교가 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어야 한다.

이에 농촌학교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지역·학부모·학교가 힘을 합쳐 지역 특성을 살려 학교를 지킨 지역은 공동체에 다시 활기가 돌았다. 지역공동체가 폐교를 막은 전남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가 대표적 사례다. 1993년 ‘두밀분교 살리기 운동’으로 시작한 작은 학교 살리기는 정부의 농산어촌 교육정책이 변해야 함을 보여준다.

폐교를 막으려면 농촌학교의 수업환경 유지에도 노력해야 한다. 2개 이상의 학년을 한 학급으로 편성하는 복식수업은 수업 질 악화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이탈이 우려된다.

함안의 한 학부모는 “전교생 25명의 초등학교를 아이가 다니는데 최근 복식수업을 추진하려 한다. 복식수업이 이뤄지면 선생님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수업의 질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학교를 지켜야한다는 이유 때문에 내 아이를 희생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4월] 농기계를 빌려드립니다

1970년대 산업화 이후 농기계에 대한 확산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기계 가격이 워낙 고가인데다 농기계로 인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밭작물에 필요한 농기계를 임대해 주기 시작했고, 정부도 2002년부터 국비(50%)와 지방비(50%)를 보태 농업기계화 5개년 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농기계 임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250개 사업소에서 시행하고 있다.

농민들은 1년에 열흘도 사용하지 않는 농기계를 값싼 임대료를 내고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에서는 그동안 정부의 예산없이 지자체 자체예산으로 사업을 집행했기 때문에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기계 임대사업에 대한 경영수지를 분석한 결과 A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연간 6억 4,861만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또한, 농기계 임대사업의 경우에는 비슷한 시기에 필요한 농기계를 사용하다보니 작목에 따른 농기계의 수요와 정비가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농정공약 1호로 손꼽히는 농기계임대법이 지난 5월 홍문표 의원의 발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임대사업자의 자격에 농협을 포함해 일반 기업까지 확대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농기계 임대사업자에게 운영비 및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야심찬 공약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에 확인한 결과 농기계 임대사업과 관련해 내년에 진행되는 신규사업이나 예산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5월] 양돈위기 탈출구는 있나?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양돈산업은 심각한 암흑기를 맞았다. 2011년 발생한 구제역을 버텨낸 농가들은 당시 축적한 자금으로 규모를 확장했고, 피해를 입었다가 회복한 농가들은 이 시기 한층 높아진 생산력으로 돼지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돼지고기 수입을 확대하고 심지어 할당관세까지 적용했다.

비정상적인 과잉공급은 돼지값 폭락을 야기했고 떨어진 돼지값은 몇 달을 지나 성수기인 여름이 도래하도록 회복될 줄을 몰랐다. 비수기에 적자 내지 현상유지를 하다가 여름 성수기 수익으로 만회하는 양돈농가들은 눈앞이 캄캄했다. 도산하는 농가가 줄을 잇고 “먼저 망하는 게 행복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같은 양돈산업의 위기는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 구제역 이후 변화된 여건과 환경을 고려할 때 충분히 과잉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사육두수 조절은 고사하고 수입물량 통제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는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양돈 현장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위기의식이 낮다는 평가였다. 생산자단체인 한돈협회의 주도로 모돈 10% 감축 운동이 전개됐지만 이때 정부의 역할은 ‘불참 농가에 대한 지원금 제한’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양돈산업 위기 타개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인 바 없다. 다만 양돈농가들로서는 올해 하반기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수산물 대체효과 등으로 뜻하지 않게 돼지값이 반등한 것이 큰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6월] 소농살리는 직거래가 진정한 직거래

직거래란, 생산자는 적정한 수취가격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유통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이 이상적인 유통방법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농촌의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현실 속에 일부 특별한 직거래 판로를 개척한 경우가 아니라면 생산부터 선별, 포장, 판매까지 모두 감당할 수 있는 농가는 사실상 드물기 때문이다.

6월 특집호를 통해 직거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한 직거래 지원책을 요구한 이후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직거래 페스티벌’ 등이 열리면서 다양한 직거래 활성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자금 직접지원보다 자생적 직거래 형태 확산과 역량강화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유통방법인 만큼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또한 정부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직거래 정책 추진을 목적으로 2014년까지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법률’을 제정할 계획임을 밝혀 농가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에 앞서 직거래 관련 신규 예산으로 113억원을 확보하고 정책성과의 가시화를 위해 이번 추경예산안에 110억원을 추가 반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 속에 지난 9월 직거래 형태 가운데 하나인 꾸러미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언니네텃밭’이 세계식량주권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며 소농을 살리는 직거래 활성화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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