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농민이라면, 내가 농사를 짓는다면

  • 입력 2013.12.20 15:5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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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살지도, 농민으로 살아보지도 않은 서울내기가 농업문제를 취재할 때마다 출발점은 언제나 농민 심경 배우기부터다.

가도가도 산과 밭이었던 강원도에서 “새벽 배추밭에서 일하다 애들 학교 보내러 시동을 걸 때마다, 통학버스 생각이 간절하다”던 농민의 말을 얼마나 공감하는가. “농경지리모델링 해준다더니, 논을 다 망쳐놨다”던 농민의 망연자실함에 같이 분노할 수 있는가. “벼농사 지어봐야, 소작료가 절반. 이것저것 떼 내면 겨울엔 품 팔러 나가야 먹고 산다”던 농민의 고된 일상과 “농사욕심은 죽어야 놓는다. 우리 동네 팔십 넘은 어른이 농기계를 사더라니까” 말 속에 숨어있는 땅과 농업에 대한 애착을 배워야 비로소 한 줄이라도 기사를 쓰게 된다.

올 한해 농민들은 상식을 뒤엎는 날씨 속에 농사를 지었고, 쏟아지는 수입농산물 속에 헐값에 농산물을 냈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농정을 세우고, 정책연구를 하다보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삼복더위 밭고랑을 기어서 고추를 따보고 고추 수급대책을 말할 수는 없을까. 현장을 모르는 이론이 사람을 잡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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