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타결에 축산업계 반발

미국 이어 호주까지…“한우산업 무너질 것”

  • 입력 2013.12.15 21:2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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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호주 FTA 협상이 타결되자 축산업계는 한목소리로 공분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우 농가의 우려가 크다. 더이상 한우 축사를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고, 농민들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은 기습적인 협상 타결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는 5일 한-호주 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 소식을 발표하며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 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김덕호 국제협력국장도 “한-미 FTA보다 훨씬 보수적인 입장에서 협상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양허제외, 세이프가드, 저율할당관세, 장기 관세철폐 등 농축산업 보호를 위해 마련된 예외조항은 한-미 FTA와 똑같지만 각 조항마다 확보한 품목의 수와 비율이 현저히 높다는 것.

하지만 정작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쇠고기 분야는 미국과 거의 같은 조건으로 설정됐다. 미국과 똑같은 15년 관세철폐가 이뤄지는데다 차이점으로 제시된 세이프가드 발동조건 완화는 한우산업 보호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국내 수입쇠고기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호주와의 FTA 타결은 그 자체만으로 한우농가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박래완(63)씨와 김영자(72)씨가 한-호주 FTA 타결에 따른 우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에서 한우를 키우는 박래완(63)씨는 “한-미 FTA의 손해를 보전해 준다 했던 직불제도 결국 말뿐인 정책이 됐는데 그보다 피해가 더 클 한-호주 FTA마저 타결돼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우 농가들이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가 크게 좌절한 상태다. 계속되는 적자도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감당하지 못할 것인데, 한-호주 FTA가 발효되고 3~4년 후면 한우 농가들이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전기환 의장도 “호주산 쇠고기는 광우병이 걱정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40%에 달하는 관세 덕에 한우가 그나마 경쟁할 수 있었는데 관세가 없어지면 경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축산단체 또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호주 FTA 타결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한우협회를 필두로 양계협회, 낙농육우협회, 축산단체협의회 등이 일제히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다음날인 6일 36개 단체로 구성된 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호주 FTA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FTA 타결이 농민들에 대한 과정 설명이나 의사 수렴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부분도 문제로 꼽혔다. 2010년 5월부터 양국의 입장차로 잠정 중단됐던 FTA 협상이 지난 9월 호주의 정권 교체와 함께 급진전되는 동안 농민들에게 자세한 정보조차 전달되지 않아 갑작스런 협상 타결 발표에 농민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심정이다.

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한 차례씩의 공청회와 설명회를 끝으로 피해당사자에 대한 추가적인 의견 수렴도 없이 타결을 선언한 유례없는 FTA”라며 “한-호주 FTA는 국민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정부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전기환 의장도 “한-호주 FTA는 TPP 참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협상 절차라기보다 정치적인 이용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농민 의견을 물어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호주 FTA 협상은 산업부가 총괄한 것으로, 농식품부로서는 진행 상황에 대해 섣불리 예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호주 FTA 타결에 따른 축산업 보호 장치가 미흡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농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당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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