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와 현장농민 사이의 현안민감도가 다른 걸까. 쌀 목표가격 확정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일부 농민단체들은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활동은 가라앉은 분위기다.
지난 5일 정부의 쌀 목표가격 17만 9,686원안 발표가 나왔다. 전국의 농민들은 지난 가을 내내 도청, 시청, 군청 등 관공서 앞에 직접 나락을 적재하고 쌀 목표가격 23만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3만원은 돼야 쌀 농사를 지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11월 보도한 한 농민의 쌀 생산 가계부에 따르면 쌀 1가마 생산비만 23만 3,106원이었다.
그런데 수도 서울에서 직접 정부와 국회를 맞대고 활동하는 농민단체들의 활동은 이해하기 어렵기만하다. 그동안 몇몇 농민단체들에선 쌀 목표가격에 대한 추상적이고 원론적 요구가 나와 눈에 띄었다. 쌀 목표가격 23만원은 생산비를 검토해 정한 요구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구안에 요구금액을 정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갔다. ‘합리적인 쌀 목표가격 인상안’이라거나 ‘쌀 목표가격 현실화’란 표현이 23만원 보장안을 대신했다. 11일 현재 주요 농민단체 중 정부의 쌀 목표가격안에 대응할 대략적인 계획이 없는 농민단체도 있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충분히 우리 의견을 전달했고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여론관철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며 “기존 김영록 의원안에 고정직불제 상향을 감안해 20~21만원 사이가 우리 요구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영록 의원안은 생산비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게 아니라 최규성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안과 종전 정부안의 중간값에서 나왔다. 농민값이라는 쌀값을 정하는 데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정부의 일방통행식 농정 탓이라고 넘겨야 할까.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모르겠다. 포기하진 않았지만 이 정부의 남은 4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힘들수록 현장 농민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자신이 소속한 농민단체가 속절없이 주저앉길 바라는 농민은 없다. 특히 생산비 보장은 놓칠 수 없는 농민들의 희망이다. 농민단체가 앞장서 생산비를 감안한 쌀 목표가격을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