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소비 성향, 콩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

  • 입력 2013.12.06 15:44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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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는 동반성장. 분명 좋은 취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번 두부 적합업종을 둘러싼 논란이 더 씁쓸하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이 국산콩 수매를 줄여 콩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 이제부턴 중소기업에서 국산콩 두부를 만들기 위해 국산콩 수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가? 전망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괴산에서 만난 한 농민이 말했다. “우리 사촌형이 슈퍼를 하는데 사람들이 대기업 제품은 요만한 것도 3,000원에 사먹는데 같은 중소기업 제품은 2,000원에 팔아도 안 사간다는 거예요.” 중소기업이 좋은 원료를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도 소비자들은 결국 브랜드 소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소비 철학을 가지고 의식적인 소비를 해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작 나부터도 알게 모르게 브랜드에 길들여져 살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서 값싼 원료를 이용하게 되고, 두부 제조기업의 경우 비싼 국내산 콩 대신 값싼 수입산 콩을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애먼 국내 콩 생산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대기업 브랜드 소비 성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하여금 역으로 농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콩 주산지인 괴산군 불정면은 국내 콩 가격을 결정짓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콩에 대해선 영향력이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불정면의 한 농민은 “올해는 그런 소리를 못하지 않겠냐”라고 한다. 여태껏 이 지역 농민들은 90% 이상 농협과 계약수매를 해왔지만 올해는 시장가격이 턱없이 낮아 대다수의 농민들이 정부수매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동반위에게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해제하라고 할 수는 없다.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어느 정도 국산콩 수매가 보장되는 차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소비자들도 좀 더 다양한 소비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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