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거대경제블록, TPP 참여 가시화

WTO 9차 각료회의서 TPP 예비 양자협의 시작
FTA보다 수준 높은 개방 … 농업계 ‘즉각 철회’ 촉구

  • 입력 2013.12.06 14:4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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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에 참여의사를 밝힌데 이어 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WTO 제9차 각료회의에서 ‘예비 양자협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TPP 공청회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포용하지 않은 채 반쪽짜리로 치러진 지 보름만에 TPP 참여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농업계, 국회 등은 긴급 토론회를 열고 즉각 철회 성명을 발표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치러진 WTO 제9차 각료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TPP 참여국들과 예비양자 협의를 시작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TPP는 현재까지 총 19차례 공식 협상을 개최했고, 올해 안에 협상 타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TPP는 미국, 일본을 비롯해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국가가 참여하며, 일반적 상품 개방 논의 뿐 아니라, 서비스, 투자, 비관세 장벽, 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 FTA보다 수준 높은 협상을 지향한다.

▲ “FTA도 죽겠는데, TPP까지? 해도 너무한다” 지난달 15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 주최로 열린 TPP 공청회에서 농민들이 TPP참여에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홍기원 기자>

정부는 지난달 29일 제143차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기로 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5개 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우리 정부의 ‘관심표명’은 TPP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존 참여국들과 참여조건에 대하여 ‘예비 양자협의’에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참여 단계수순이다.

TPP협상 참여 절차는 ‘관심표명’ 이후 기존 참여국과의 예비 양자협의를 거쳐 공식 참여선언, 기존 참여국 참여승인, 공식 협상참여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같은 속전속결식 TPP참여에 대해 산업간 피해 분석은 차치하고, ‘통상절차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통상절차법 위반과 관련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부좌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상절차법에서 국회가 요구하면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현재 TPP와 관련해 국회에 보고된 내용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통상절차법 6조에는 정부가 통상협상 개시 전 통상조약 체결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이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어 법위반 소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인 것이다.

동시다발적 FTA 반대를 하던 농업계는 TPP까지 체결될 경우, 농업궤멸을 우려하며 TPP 참여 철회를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농민의길(준)은 “전문가들조차 실익이 없다는 TPP에 대한 참가방침을 철회하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참여할 경우 예상 손실은 많은 반면에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우려를 담은 대외경제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듯 TPP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모든 상품의 ‘예외 없는 관세 철폐’등 공격적인 시장개방을 추진하는 협정이다. 이것은 12개국과 동시에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적극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농도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FTA”라며 “보다 강화된 자유무역과 시장통합을 추구하는 FTA의 새로운 형식일 따름이며 그 본질은 여전히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와 새로운 시장개척에 있다”면서 수입농산물로 불거진 농업문제의 초대형 확대판으로 단언했다.

한편 6일 국회에서는 부좌현 의원을 비롯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과 국제통상연구소가 공동으로 TPP 관련 찬반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TPP 가입,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TPP ‘참여’는 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반면 ‘가입’은 WTO 가입과 같이 이미 정해진 규범과 원칙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정부 선택은 ‘가입’밖에 없는 조건에서 예비협의에 들어가는 것은 가입비용 즉, 핵심적 국가이익 포기를 요구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 교수는 양자협의 과정에서 제기될 요구로 ▲호주, 뉴질랜드 축산물 개방 ▲캐나다 쇠고기 개방 ▲미국 쇠고기, 쌀 외 개방 ▲베트남 쌀 개방 등을 예로 들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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