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반찬의 최강자 태기산더덕으로 만든 더덕장아찌

  • 입력 2013.11.30 02:24
  • 기자명 고은정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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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최고를 꼽자면 단연 삼계탕이고 그 삼계탕에 빠지면 안되는 재료가 바로 인삼(人蔘)이다.

사람의 형상을 닮아 인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 싶은데 보약 중의 으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산삼(山蔘)은 예외로 하더라도 바다에서 나는 것 중의 으뜸을 해삼(海蔘)이라 이름 붙이고 모래땅에서 캐는 것 중의 으뜸에 사삼(沙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가을에 생산되는 것으로 향과 맛이 으뜸인 더덕은 모래땅에서 나는 인삼이라 불릴 정도로 인삼과 견주어 모자람이 없이 사람에게 보약이 되는 식재료이자 약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덕은 인삼을 흉내 내어 가짜를 만들거나 인삼이 없을 때 인삼 대신 쓰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인삼이 최상품으로 알려진 것처럼 더덕 역시도 우리나라의 것을 최고로 여겼다는 기록이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있는데 ‘고려에서는 날마다 밥상에 더덕을 올린다. 그 크기가 크고 살이 부드러워 맛이 좋다.’고 감탄하는 내용이 있다.

<정조실록>에는 임금이 드시는 탕약에 인삼 대신에 더덕을 넣고 끓였다고 하는 기록이 있는데 그 기록에 의하면 정조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무렵에 열이 나는 병에 걸렸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인삼을 써야하는 병이나 보약에 인삼 대신 사삼인 더덕이 유용하였음을 알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더덕을 쪼개면 뽀얀 즙이 나온다. 그 즙액이 양의 젖과 비슷하다고 하여 다른 이름으로는 양유근(羊乳根)이라 불리기도 하는 더덕의 또 다른 이름으로는 ‘젖나무’가 있다. 동네 할머니들이 산모에게 젖이 부족할 때는 돼지족과 함께 더덕을 듬뿍 넣고 끓여 먹이는 것을 보면 더덕이 양유근(羊乳根)이나 젖나무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뿌리채소들이 가을에 먹으면 사람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지만 그 뿌리채소 중에 빠지면 안 되는 것으로 더덕을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건조한 가을에 폐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폐를 촉촉하게 하면서 진액을 생성시키는 좋은 재료가 더덕이기 때문이다.

맛이 좋고 효능이 좋으므로 광해군 때 좌의정을 지낸 한효순은 임금에게 더덕으로 만든 밀병을 진상해서 정승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하며 이충은 잡채에 더덕을 넣어 요리해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조한 계절이라 목감기에 걸리면 선폐(宣肺), 거담(祛痰) 작용이 있는 도라지를 많이 먹지만 가래가 삭은 후에 남아 있는 목의 통증은 더덕으로 다스리면 좋다. 도라지와는 달리 더덕은 목을 촉촉하게 적셔주면서 치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닭을 요리해 먹을 때에도 인삼을 넣어 먹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인삼대신에 더덕을 몇 뿌리 넣어 조리해먹으면 인삼의 효과보다 좋을 수도 있으니 잊지 말아야겠다.

달달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봄의 더덕과는 달리 요즘 캔 더덕은 그 향과 맛이 진하므로 더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좋은 것은 오래두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라 막장항아리에 넣어두었다가 입맛 없을 때 꺼내면 그것 하나로 충분한 밥상이 된다. 밖엔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오늘은 태기산에서 온 더덕으로 갈무리해두었던 장아찌 한 뿌리 꺼내 막걸리 안주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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