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

  • 입력 2013.11.24 20: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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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한 유명한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일이 있다. 한의사는 내 피가 탁하다며 육식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닭, 돼지, 소의 축사 사진을 보여주는데 더럽기로 이루 말할 데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 나오는 고기이니 그 안좋은 성분이 다 피로 들어간다며, 고기를 먹으려면 호주산 청정 쇠고기만을 먹으란다.

잘못된 인식이다. 짧은 경력의 축산담당 기자가 보기에도 한의사가 보여준 사진은 지극히 예외적인 비위생 축사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축사에 대한 한의사와 일반인들의 이런 왜곡된 인식은 과연 누가 그 단서를 제공한 것인가?

최근 3주 동안 청결하기로 이름난 친환경 축사들을 둘러봤다. 악취가 없고 축사가 깨끗하다. 가축이 편안하고 주민들이 칭송한다. 배출되는 분뇨는 천연비료로 논밭에 뿌려지고, 다른 축사들에 비해 소득수준까지 훌륭하다.

그것이 쉬운 일이라면 이 세상 축사들은 벌써 진작에 모두 친환경 축사가 됐을 것이다. 친환경 농장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일과 가축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자신들의 축사를 완성해 냈다. 얼마만큼의 시행착오와 노력이 깃들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조차 숙연해진다.

축사는 으레 그러려니, 냄새가 나면 나는대로, 가축이 뒹굴면 뒹구는대로, 안일하게 관리하며 출하만을 기다리는 그런 마음가짐들이 축산물 소비를 가로막는 저명한 인사들의 좋은 먹이가 된 것은 아닐까. 안일하게 지내는 사이 분뇨는 쌓이고 악취는 누적된다.

청결한 축사와 농장동물 복지는 축산물에 대한 대중의 왜곡된 인식을 바꾼다. 악취 경감과 축분비료 생산은 축사 인근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를 개선한다. 축산업이 장기적으로 확실한 기반을 다지려면 깨끗하고 수익성 높은 축사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는 더욱더 필요하다.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프로다.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과 성찰, 개선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당당히 제 몫을 할 수 없다. 특히나 절박한 축산업의 위기 상황, 축산업과 관련 종사자들의 한층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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