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신바람’에 소비자 ‘함박웃음’

2013 토종이 있는 언니네텃밭 추수한마당 열려

  • 입력 2013.11.24 19:44
  • 기자명 한승호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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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들과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진 신명나는 가을잔치가 열렸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과 언니네텃밭은 지난 16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앞에서 2013 토종이 있는 언니네텃밭 추수한마당을 열었다. 이날 추수한마당엔 전국에서 모인 여성농민들과 2,000여 명의 수도권 시민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추수한마당에 온 시민들은 정성껏 각종 체험마당을 준비한 여성농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강원지역 여성농민들은 한과 만들기와 감자떡 만들기를 준비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과 재료는 행사 중반 무렵에 동이 났다. 이숙자 홍천군여성농민회 회장은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밥 외에도 쌀로 만든 과자를 알리려 한과 만들기를 구상했다”며 “이렇게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경북 상주시에서 온 문달심, 안봉순 할머니는 순두부 체험부스를 맡아 행사 내내 화로 앞을 떠나지 않았다. 일흔여섯 동갑내기 친구인 두 할머니는 “물에 불린 봉강마을 유기농 콩을 준비해왔다”며 “불린 콩과 물을 부어 갈아내 콩물을 팔팔 끓인 뒤 김이 확 날 때 간수를 부으면 서로 엉기면서 순두부가 만들어진다”고 체험마당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갓 만든 순두부를 시식한 장시내씨(서울 용산, 23)는 “예전에 상주 봉강마을로 농활을 가서 감도 따고 배도 땄었다”고 기억을 떠올리며 “시중에서 산 두부는 살균과정을 거쳐 콩 냄새가 안 나는데 이 순두부는 콩 냄새가 살아있다”고 반겼다.

전북 고창지역 여성농민들은 배추뿐 아니라 무, 마늘, 생강, 배, 사과 등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재료까지 모두 우리 농산물로 만든 배추김치를 선보였다. 최금단(50)씨는 “이거 맛본 사람은 운수 대통하는 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맞은편의 인절미 만들기 부스에선 떡매치기 체험이 한창이었다. 버거운 떡매질에 혀를 쏙 내민 이다운양(서울 강동구, 15)은 “처음 해보는데 재밌다”며 “명절에 집에서 떡을 빚을 때 도와준 적이 없었다. 앞으론 도와야 겠다”고 말했다.

▲ “맛있게 맵다” 태양초 고추장 담그는 행사에 참석한 소비자들이 고추장 맛을 보고 있다.


전남 영광군이 자랑하는 태양초로 여성농민들과 시민들이 같이 고추장을 만드는 행사도 열렸다. 오미화(46)씨는 “소비자와 교류하기 위해 직접 고추장을 만드는 행사를 열었다”며 “시민들에게 건강한 고추장을 주기 위해 물엿도 안 넣고 소금도 영광 천일염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지역엔 고추값 폭락으로 수확을 포기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며 “무분별하게 냉동고추를 수입한 정부정책 때문에 농민들이 힘겨워 한다는 걸 여기 온 시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이들은 고추값 폭락을 해결할 방안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알리는 유인물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고추장 만들기를 유심히 지켜보던 김영심씨(경기 성남시, 65)는 “친환경을 앞세운 고추장을 많이 봤는데 소금을 넣는 곳도 만드는 과정을 모두 공개하는 곳도 없었다”며 즉석에서 고추장을 주문했다. 김씨는 “딸이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6개월 넘게 받고 있는데 마트에서 파는 농산물과 다르더라”며 “농협도 못 믿는데 전여농의 여성농민들이 만든 먹거리는 믿을 수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 한 어린이가 홀태로 벼 이삭을 거두는 체험을 하고 있다.
행사장 한가운데에선 토종콩과 벼를 참가자들이 손수 추수를 하는 행사가 열려 이목이 집중됐다. 참가자들은 시원한 도리깨질로 아주까리콩 등의 토종콩을 타작하거나 재래식 벼 탈곡기인 홀태로 나락을 수확했다. 홀태를 통해 수확을 하면 콤바인과 달리 성한 볏짚을 얻을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홀태로 벼를 거두는 체험을 한 박노민씨(서울 관악구, 47)는 “눈으로만 추수를 보다가 직접 체험해보니 흥겹다”면서 어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씨는 “김제에 사는 친척이 행사를 준비해서 왔다”며 “공동체별로 체험행사를 마련한 게 좋았고 각종 토종종자도 볼 수 있어서 뜻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종씨앗 전시마당은 여성농민들 사이의 교류에도 한 몫을 했다. 강원 횡성군에서 왔다는 김은숙(42)씨는 “시어머님이 우리집에 없는 토종씨앗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다”며 전시된 토종씨앗을 둘러봤다. 김씨는 텃밭에서 왕가래팥, 울타리콩, 강낭콩 등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토종콩은 모양이 납작하지만 유통되는 서리태보다 훨씬 맛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들은 동그란 형태를 선호한다”고 아쉬워했다.

토종씨앗 전시마당에서 참가자들에게 토종씨앗을 알리던 손영희씨(강원 홍천군,44)는 “토종농사는 우리 씨앗을 지키기 위한 농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시장에 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손씨는 “토종고추가 맛있지만 고춧가루는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은 포기한 자원이지만 잘 보전하면 육종을 거쳐 부활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 토종씨앗 전시마당을 둘러보는 소비자들.


제주지역 여성농민들은 지난 7월 발간한 〈제주도 우영(텃밭)엔 토종이 자란다>를 홍보하며 토종씨앗 알리기에 나섰다. 앞서 제주지역에선 지난 10일 전여농 제주도연합 채종포 텃밭에서 ‘함께 지키는 토종씨앗! 2013년 토종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현애자 제주 언니네텃밭 사업단장은 “토종종자 지키기는 종자에서 식탁까지 생산자가 주도해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겠다는 의미가 있다”며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최선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현 단장은 “앞으로 지역별로도 이같은 행사가 필요하다”며 “제주지역도 내년부터 소비자와 함께하는 규모로 토종한마당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열린 공연마당에선 생산자와 소비자가 부르는 행복한 합창이 진행돼 소비자와 함께 만드는 추수한마당의 의미를 알렸다. 합창에 소비자로 참여한 이정순씨(경기 의왕시, 42)는 “다함께 한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함박웃음을 띄었다. 언니네텃밭 오산공동체 꾸러미 회원인 이씨는 “지난 3년 동안 공동체 생산자들과 정을 쌓아와 합창에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강다복 전여농 회장은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전통먹거리를 알리고 함께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엔 서울광장에서 추수한마당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강 회장은 “체험마당 준비가 쉽지 않았는데 열심히 준비한 회원들에게 고맙다. 이들이 있어 추수한마당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추수한마당을 찾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필리핀 태풍 피해 지원 성금함에 기부를 하고 있다.

▲ “한 목소리로” 여성농민들과 소비자들이 한데 어울려 합창을 하고 있다.

 <글=홍기원 기자·사진=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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