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기계화율 증대, ‘재배양식 표준화’없이 가능할까

정부, “관련 예산 없으며 예산 문제 아냐”

  • 입력 2013.11.24 10:34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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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작물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재배양식 표준화를 위한 정부 예산이 세워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계를 이용해 인삼밭 두둑을 만들고 있는 농민의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해 정부가 현행 56%에 불과한 밭작물기계화율을 2016년 65%, 2020년에는 7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배양식 표준화’에 대한 예산이 아직까지 세워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밭작물기계화율 증대 계획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밭작물기계화를 위해서는 이식부터 정식·수확까지 일괄 기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두둑간의 골 간격은 기존 1,800mm에서 1,500mm로 줄이고, 식재부분은 1,200mm로 표준화해야 트랙터의 바퀴폭을 감안하고서도 농작업과 도로주행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기계를 도입할 경우 트랙터 골 주행을 위해 두둑을 기존보다 좁혀야 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 도입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이유로 ‘재배양식 표준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관련 예산 없이 ‘밭작물 기계화 촉진 종합대책’을 세우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하며 “표준화가 먼저냐, 기계화가 먼저냐의 문제다. 수량과 상품성 저하를 이유로 농민들이 계속 관행 농법을 고집한다면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량과 상품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관련 T/F팀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지자체 차원의 보급사업을 통해 양파·마늘농가 재배양식 표준화 시범사업을 실시한 전남 무안군의 경우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500mm의 멀칭비닐을 300ha에 무상보급했지만 농가 반응은 아직 ‘미지근’한 수준이다.

무안군에서는 이번 재배양식 표준화를 통해 마늘은 30~40%, 양파는 20~30%의 생산성을 높였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난해 초 마늘과 양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전체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무안군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일부 농가를 대상으로 멀칭비닐과 기계 지원이 있었다. 수확철 인건비를 줄여보려고 시도한 것으로, 내년 수확철이 돼 봐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가 전부 일본산이더라. 기계화율을 높인답시고 수입기계만 사용해서 되겠느냐”며 “국내 기계 개발을 위한 노력도 뒷받침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월 대구에서 열린 ‘농기계·자재산업 현장간담회’를 통해 밭작물 기계화율을 높일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 이달 중순까지 ‘밭작물기계화 촉진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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