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농업인의 날 ... 장관은 만세 삼창 농민은 나락 적재

농협중앙회 대강당서 기념식 열려 ... "정부의 잘못된 정책 농민들이 꾸짖어야"

  • 입력 2013.11.17 23:26
  • 기자명 김명래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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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농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제18회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로 열린 풍년누리 추수감사 대행진에 앞서 가수 배일호와 함께 ‘신토불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같은 날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박근혜정부 규탄 농민투쟁선포식을 열고 올해 수확한 나락을 충북도청 앞에 쌓고 있다. <홍기원 기자>
지난 11일 제18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는 기념식이 열렸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원병 회장 등 내외빈 700여명이 참석한 기념식에서는 평소 농업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시상은 60여명의 농관련 인사들이 훈·포장 및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농협중앙회부터 서울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하며 농업인의 날을 뜻을 기렸다.

한편, 같은날 충청북도 도청 앞에서는 쌀 목표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집회도 있었다.  “벼 빨리 팔아야 돈이 되는 걸 누가 모르나. 빼빼로데이니 농업인의 날이니 떠드는데 우리라도 나서야 쌀값이 큰일이란 걸 알 것 아냐.”

11일 충북도청 앞은 충북지역 곳곳에서 모인 농민들과 톤백을 실은 차량으로 북적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충북도연맹은 이곳에서 쌀 목표가격 23만원 쟁취, 박근혜정부 규탄 농민투쟁선포식을 열고 벼 15.3톤을 적재했다.

청원군에서 온 서찬석(46)씨는 이날 벼 1.8톤을 적재투쟁에 보탰다. 서씨는 “이제 내년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전망이 안 보인다”면서 “쌀값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데 가만있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진천군의 이장표(55)씨는 “정부나 농협이 농업인의 날이라고 형식적인 행사를 하기보단 농업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가격폭락으로 농사를 짓다 다시 갈아엎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내가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도박을 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귀농 2년차라는 청원군의 추경수(44)씨는 “농업인의 날이라는데 그저 담담할 뿐”이라며 “마을 어르신들은 가격폭락에 ‘농사 못 지은 내 탓’이라고 한탄만 하고 있다. 당장 올 겨울을 어떻게 나실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상정 음성군농민회 회장은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데 썰렁하기만 하다”고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김남홍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쌀 목표가격이 생산비에 못 미치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쌀값이 비싸다고 말한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농민들이 나서 꾸짖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쟁선포식에 참석한 이광석 전농 의장은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생일이라는데 우린 이 자리에서 생일을 맞는다”고 모순된 상황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그 나라 농민이 어떻게 사는지 보면 그 나라의 주권을 알 수 있다”며 “(농민들의 투쟁은)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김명래·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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