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행복한 삶을 위한 시작

  • 입력 2007.07.24 10:57
  • 기자명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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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농업학습단체 체육대회를 갔다가 눈에 확 들어 온 것이 있었다. 남자농민들은 연세들이 있었고, 여성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었다. 정말 농촌의 가장 현실적인 후계인력은 여성농민들이란 말을 실감하는 자리였다.  노인 여성농민들은 현재 농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고 젊은 여성농민들은 앞으로의 농업을 지탱해갈 사람들이고..  누가 뭐라고 해도 여성농민들을 빼고는 농업도 농촌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현실임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농민이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는 별 관심이 없다. 남편과 하우스 농사를 열심히 짓고 사는 이웃동네 언니는 정말 농민일까? 그 언니는 농사일은 하고 있지만 법으로 정하고 있는 농민의 지위 어디에도 부합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농민이 아니다. 농사지으며 살면 되지 꼭 법적으로 농민인 것이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언니의 경우 남편이 교통사고가 나면 농민의 지위를 인정받아 거기에 걸맞는 보상이 이루어지지만 이 언니가 교통사고가 나면 그냥 주부로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실제로 농민이면서도 농민이 아닌 것이다.
여성농민이 농민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여성농민의 법적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농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이제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늦었지만 이제라도 하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2002년부터 여성농업인센터를 운영하면서 아주 많은 여성농민들을 접한다. 어린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는 여성농민, 초등학생 자녀의 방과후 생활을 위해 공부방에 보내는 여성농민, 이런저런 고민으로 상담을 청해오는 여성농민, 농한기 면, 마을에서 풍물교실, 요가, 스포츠댄스 등 문화 활동 속에서 만나는 여성농민 등등 다양한 처지와 욕구를 갖고 있는 여성농민들을 만나게 된다. 여성농민들의 이해와 요구에서 출발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 1억9백만원의 예산으로 늘 센터 종사자들은 들고 뛴다. 그리고 지역사회 어느 기관에서도 하지 못하는  여성농민과 농촌사회를  우선 고려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성농업인센터가 있다는 것에 기쁘고 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야간수당(?) 한푼 배정하지 못하는 예산으로 여성농민들이 참여하기 쉬운 시간과 장소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마을이든 저녁시간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는 열정과 애정이 있다.
여성농업인센터가 여성농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여성농민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음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하는 성과인 것이 분명하다. 많은 여성농민들은 이런 여성농업인센터를 비롯한 여성농민정책들이 안정적으로 더욱 활발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그런데 여성농민정책이 정착도 되기 전에, 또 각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만큼 여성농민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사업할 수 있는 의지도 갖기 전에, 여성농민정책사업들을 지자체로 이관한 것은 성급한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인 여성농민정책사업들이 실효를 거두고 성과를 여성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릴 수 있으려면 좀더 농림부에서 의지를 갖고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것은 이것대로 농림부에 요구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지자체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여성농민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많은 정책들을 만들어 내고 실행하게 해야 한다.
농림부에서 여성농업인 육성법을 근거로 여성농민정책 사업을 할 수 있었다면 이제 광역단위 지자체에도 여성농민 정책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성농업인 육성지원조례를 만들 때인 것 같다.
이제 지방분권화 시대에 걸맞게 정말 여성농민들의 삶을 지극한 관심과 애정으로 살펴서 만든  여성농민정책 사업이 지방정부에서 펼쳐지길 바라면서 그 밑작업으로 여성농업인 육성조례를 만들어 가는 일에 힘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말로만 여성농민이 중요하다고 했던 사람들, 이번 여성농업인육성조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진심을 확인해볼 생각이다.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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