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쌀 목표가격 왜 올리냐” 김빼기

쌀 자급률 하락 현실 외면한 보도 잇따라 … 농민들, 개탄

  • 입력 2013.11.10 19:2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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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들이 쌀 목표가격 ‘김빼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현재의 쌀 목표가격 현실을 외면한 언론보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들과 일부 경제전문지들은 지난달 29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국정감사가 쌀 목표가격 문제로 파행으로 치닫자 국회가 재정부담과 쌀 과잉생산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목표가격이 너무 높으면 쌀 생산이 따라서 늘어나 쌀값이 폭락할 수 있다”며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생산을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재정 힘든데… 쌀 보조금으로 1조5,000억 쓰자는 정치권’이란 기사에선 “우리나라에서 쌀을 재배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며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이어갔다.

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지난해 쌀 자급률이 86.1%에 그친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농식품부는 2015년까지 쌀 자급률 98%, 곡물 자급률 30%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자매지인 <주간조선>조차 지난 4월 ‘쌀 자급률 추락 80%도 무너지나’란 기사를 통해 “유럽과 북미 선진국들은 대부분 100% 식량 자급률을 갖추고 있다”고 쌀 자급률 추락을 우려한 바 있다.

경제전문지들도 쌀 목표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가는 중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일 사설로 “지금이 쌀 보조금 대폭 인상할 땐가”라며 “쌀 보조금을 올릴수록 다른 작물 농가에 돌아가는 보조금이 줄어든다”고 타 작물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30일 “쌀 목표가격 18만원 역대 최고로 올릴수도”라는 기사를 내 빈축을 샀다. 쌀 목표가격은 2005년 정부가 쌀 수매제도를 폐지하면서 도입했다. 그 뒤 8년째 17만 83원으로 쌀 목표가격이 동결됐기에 ‘역대 최고가’란 표현을 쓰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6일 나락 적재 투쟁에 나선 한동웅(전북 익산, 56)씨는 “4대강 공사에 얼마나 퍼부었나. 그런데 쌀 목표가격을 올리면 부도날 것처럼 떠든다”면서 “농민들은 입 다물고 다 죽으란 소리냐”고 개탄했다.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적잖은 농민들이 보수일간지와 종편의 보도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며 지역 농민들에게 팟캐스트 등 대안언론을 소개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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