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톤, 45톤, 10톤. 지난 23일 전남과 전북, 강원 농민들이 각 도청 앞에 쌓은 볏가마의 무게다. 전남의 경우 ‘톤백’ 51개, 40kg가마 266개가 도청 앞에 차곡차곡 쌓였다. 농민들은 “8년간 동결된 쌀 목표가격엔 생산비와 물가가 반영돼야 한다”며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는 당초 4천원 인상안인 174,083원을 제시했다가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179,686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반면 농민들은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쌀 목표가격 논란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농업포기, 농민무시 정책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23일 도청 앞 야적을 시작으로 내달 초 전국 시군 동시다발 야적 투쟁 및 농성, 내달 22일 서울에서 대규모 전국농민대회 개최 등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이광석)은 “쌀 목표가격 결정에서 농민들의 의견이 묵살될 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미칠근(一米七斤)’. 쌀 한 톨 생산을 위해 농민들은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 이른 봄 볍씨를 골라 못자리를 내고 모를 옮겨 심고 오뉴월 뙤약볕에서 김매기를 하는 노고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는 말이다. 도청 앞 야적 하루 전인 22일에도 황금물결 넘실거리는 들녘에선 땀의 결실을 거두는 손길이 부지런히 이어졌다.
전남 영광서 30여 년째 농사짓는 심기선(대마면 복평리, 47)씨가 그랬다. “한 마지기면 얼마 나오겠다, 하고 짓는 것이 쌀이여. 그랑께 쌀값은 뻔해. 답 놔 놓고 나락 농사짓는데 안 그렇것소.”
이 ‘뻔한’ 쌀값에 농민들의 생존이 달렸다. ‘이미 계산된’ 쌀값을 위해 농민들은 이제껏 적지 않은 피와 땀을 쏟아왔다. 8년 만에 새롭게 설정되는 쌀 목표가격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하기에 ‘쌀이 곧 생명’이라 여기는 농민들은 맞서 싸울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정녕 농민들에게 일미칠혈(一米七血)을 요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