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한우농가, 지원 절실

정부, 오히려 보전금 축소 … 한우농가 ‘아우성’

  • 입력 2013.10.25 13:4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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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농가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지속되고 있는 소값 하락과 생산비 증가로 한우산업이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FTA 피해보전직불금, 송아지생산안정제 등 소득보전 제도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실질적인 지원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쓰러져가는 한우산업에 ‘보전금 축소’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한우산업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한우 600kg당 평균 농가수취가격은 503만원으로 2009년 동월 평균 625만6,000원보다 120만원 이상 하락했다.

반면 생산비는 대폭 증가했다. 2006년 5,000원선이던 사료 한포 가격은 1만4,000원으로 세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마리가 2~3일이면 사료 한 포를 다 먹는데다 조사료와 기타 시설·관리비를 감안하면 ‘소값을 600만원 받아 봐야 본전’이라는 농민들의 말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농가수취가격 600만원은 등급심사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야 가능한 액수. 일반적인 농가에서는 사실상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농민들이 언젠간 회복되리라는 기대감과 당장이라도 팔면 목돈이 되는 환금성 탓에 근근이 축사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이 없는 산업은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오히려 소득보전 제도를 축소하고 있다. 한우 FTA 피해보전 직불금에서의 수입기여도 반영은 큰소 5만5,512원, 송아지 44만4,519원의 보전금을 각각 1만3,545원과 5만7,343원으로 떨어뜨렸다. 큰소 40두, 송아지 20두인 한 농가를 예로 들면 단순 계산으로 1,111만여원의 잠정가치가 168만여원으로 축소된 것.

송아지생산안정제에 적용된 가임암소 두수 기준은 사실상 보전금 지급을 중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임암소가 110두 이상일 때는 보전액이 지급되지 않고 90두 미만일 때는 40만원까지 지급되지만 가임암소가 적은 상황에서는 송아지 가격이 보전금 지급기준액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 21일 전남 무안군 일로 우시장에 모인 농민들이 소를 살펴보고 있다. 농민들은 한우산업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며 정부의 미흡한 지원정책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송아지생산안정보전금 지급기준액은 4~5개월령 165만원, 5~7개월령 186만원. 근래 전국 평균 매매가격은 암송아지가 기준액을 크게 밑돌고 수송아지는 기준액 수준이다. 원래대로라면 꾸준히 받았어야 할 보전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 차원의 한우산업 지원은 유명무실한 두 가지 보전제를 제외하면 조사료 생산지원이 유일하다. 농가의 설명에 따르면 조사료 생산지원은 3만원짜리 곡물조사료 한 롤당 2만5,000원 수준으로 보면 되며, 그나마 롤당 6만원에 이르는 볏짚조사료에는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제도복구, 별도지원… 농가 요구 빗발

21일 전남 무안군 일로 우시장에 모인 농민들의 입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송아지생산안정제는 사실상 없어졌는데 두당 1만원의 가입금조차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억울해했고, FTA 직불금 수입기여도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하나같이 혀를 찼다.

농민들은 두가지 제도만 원상복구되더라도 농가에 크게 숨통이 트일 것이라 확언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보전금을 막아버리는 정부의 모습에 때론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FTA 영향의 올바른 반영’과 ‘적정 사육두수 조절’을 명분으로 정부가 끝내 현 제도를 고수한다면 별도의 정책으로 한우산업을 받쳐줄 것을 요구했다.

가장 절박한 만큼 가장 흔하게 제시되는 것이 사료비 지원이다. 대다수 농민들은 “사료값만 해결돼도 소 키울만 하다”고 말하며 사료값 안정이나 보조금 지급을 희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민은 “등급심사는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만이 고등급을 받을뿐더러 등급심사의 공정성도 나는 신뢰할 수 없다”고 불평하며 등급제 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무안군 몽탄면 황금한우 영농조합법인의 고봉석 회장은 “볏짚조사료는 수확시기에 맞춰 한꺼번에 구입을 해야 한다. 번식우 18두 기준으로 1년에 100롤이 소요되는데 600만원이 일시에 지출되는 것”이라며 볏짚조사료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또 “일이 힘들고 깨끗하지 못할지언정 농촌 사람들도 도시 사람들과 최소한 삶의 질을 같이 누려야 하지 않겠나”며 정부의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전국한우협회 이강우 회장은 농민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보전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우협회는 FTA 직불금과 송아지생산안정제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FTA로 수입쇠고기가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마땅히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 소송비용이 부족하다면 농가 모금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FTA 직불금에 대해 “소값 하락은 수입쇠고기의 영향이 아닌 국내시장의 영향”이라며 수입기여도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송아지생산안정제도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끝난 시점에서 수정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나온 바 없으나 올 연말까지 ‘한우산업 발전 대책’을 수립해 추가 지원을 도입할 계획이며,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직업의식에 관한 농가들의 각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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