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대세다

  • 입력 2013.10.25 13:20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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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교수
얼마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적어도 그동안 집권여당이 농업에 대해 보여준 태도를 생각하면 이는 실로 놀라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작년 10월 김선동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이 제안되었다. 이 법안은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이하 국가수매제)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이 법안은 상임위의 심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 법안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농식품부이다. 이 법안에 서명한 의원이 통합진보당 의원 모두와 민주당 의원 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농식품부의 반대는 이 법안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며 지금 현재 그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누구나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문득 박차고 나온 이가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사실은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사건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국가수매제와 김선동 의원이 제출한 법안의 의의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이 법안이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식량의 문제를 국민의 생존권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농업관련법이 주로 농어업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 법안은 국민 건강보장이 주된 목적이다. 즉 국가수매제는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농산물 품목을 정해 생산보장을 통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꾀함으로써 국민의 생존권, 건강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로 법안은 수매가격을 정하기 위해 국민기초식량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위원회가 가격결정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 더구나 그 구성원도 공무원, 농민, 소비자가 각각 3분의 1씩 포함되도록 정하고 있다. 기존의 법에서 정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가 대부분 자문기구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이 위원회는 실질적으로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런 가격결정구조에 대한 언급이 없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농식품부가 작년에 제출한 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에 따르면 양곡유통위원회에서 추곡수매제의 수매가격을 결정할 때 정부와 농업인단체, 정치권 사이의 갈등으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한 바 있고, 수매가격이 높게 결정되어 쌀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정부양곡재고를 증가시킴으로써 재정부담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양곡유통위원회가 자문기구였을 뿐 결정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야기된 문제이다. 따라서 국가수매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매가격 결정에 대한 합의기구는 필수적이며 그런 점에서 법안은 개정안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세 번째로 법안이 가지는 의의는 수매대상을 품목별 국내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으로 정함으로써 무조건 국가에서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구체적인 수매량 역시 위원회가 합의하여 정하도록 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즉, 수매보장으로 인한 과잉생산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에 반해 개정안은 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매품목이 정해지면 이에 따른 과잉생산 등의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결국 농식품부가 검토의견에서 주장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마지막으로 국가수매제를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하여 법안은 다양한 직접지불금 등의 보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국가수매제를 주장하는 농민단체들 역시 구체적인 재원대책을 제안했다. 예컨대 WTO 감축대상 보조금 1조5천억원뿐만 아니라 WTO 최소 허용보조금(이는 감축대상 보조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약 4조원, 농협 계약재배 및 판매 운영자금 1조 2천억원과 상호금융특별회계 대출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 문제에 대해 그다지 고려한 듯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국가수매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얼마나 잘 마련되었는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법안이 개정안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 민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조차 국가수매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법안과 개정안은 각각 나름의 의의를 가진다. 그리고 이런 의의가 하루빨리 현실화될 수 있도록 국회의 여타 의원들이 함께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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