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 ‘현상유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입력 2013.10.19 13:0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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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1일이면 쌀 협상 시한이 종료된다. 우리 정부는 내년 9월까지 WTO에 쌀 개방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통보해야 한다. 쌀 개방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것 없다’ 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미 관세화로 결정 되고 이에 따른 시나리오가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쌀 개방과 관련해 우려하는 바는 정부가 농민 여론을 무시하고 행정 편의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2004년 쌀 재협상 당시를 돌이켜보면 정부를 신뢰할 근거가 거의 없다. 2004년 쌀 재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협상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왜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국의 무리한 요구로 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우리 정부의 결정적 실책이 ‘자동관세화론’이다. 쌀 개방을 반대하는 여론을 억누르기 위해 동원된 논리였다. 2004년 말까지 협상이 종료되지 않으면 2005년부터 자동관세화 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이후 관세화 의무론으로 바뀌었지만 결국 정부가 자승자박한 결과를 초래 했다. 우리 스스로 협상시한을 못 박는 바람에 상대국들은 시간을 끌면서 우리 정부의 양보를 유도했고, 우리 정부는 2004년 내에 협상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을 맞아 수세적 입장이 되었다. 이에 따라 MMA물량을 배로 늘려주고 각국에 수입 쿼터를 배분하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어이없는 협상결과를 가져왔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민간 연구소와 농민단체에서는 현상유지(Standing Still)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찌감치 실현 불가능 하다는 선을 그었다. 법과 제도를 중시하는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규정도 전례도 없는 ‘현상유지’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쌀 협상은 말 그대로 협상이다. 이해 당사국이 합의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논리를 개발하고 협상력을 발휘한다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쌀 개방문제가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든 정부에서는 동원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끌어 모아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한다.

때문에 현상유지는 불가능하다고 협상 전부터 패를 보이지 말고, 우리 농민과 국민은 물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전략의 하나로 접근해 쌀 협상에 임해야 한다. 다시 2004년의 실패를 되풀이해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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