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현재 모습이 곧 우리의 미래… 복지의 틀로 새판 짜야”

복지 전문가 좌담회

  • 입력 2013.10.06 09:54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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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농촌 복지 전문가들과 함께 농촌노인들의 삶과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나누고자 좌담회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농촌 복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향후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됐을 때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사회=심증식 편집국장, 정리=어청식 기자>

끼니도 해결 안 되는 소득 없는 농촌

농지연금 실효성 의문

 

▲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 농촌노인들 중 안 아픈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 이유가 대부분 젊어서부터 건강관리가 안 된 이유도 있는데 그보다 영양상태가 부실해서다. 대부분 가스버너 하나 두고 밥 하나 지어서 고추장, 된장에 반찬 한 가지를 두고 드신다. 경로당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자식들의 지원 등 역학구조가 있어서 모든 사람이 식사를 해결할 수 없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 많이 하는 삶이 계속되다보면 결국 건강까지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다. 농촌에선 하루 세끼 자체가 문제다.

김영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농업이란 산업 자체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년의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서 얼마씩 저축 하면서 노년에 쓸 돈을 모을 여지가 없다. 이런 모든 것 고려하면 기본소득(고용여부와 재산유무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소득.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이 농촌부터 시작돼야 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 최윤지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연구관

최윤지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연구관

: 지금 세대 노인의 소득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그동안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에 농민연금 특례조항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워낙 소득이 따라주지 않아 공적연금 가입기회를 농민들이 놓쳤다. 특히 농민들이 70세가 넘어서면 생산성이 떨어져 농업 규모를 줄이게 돼 소득이 나올 구석이 없다. 국가에서 농지연금을 운영하지만 부동산에 담보가 없어야 하고 공시지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경기도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적용 불가하다. 공적연금 없고 사적으로 자식들이 부양 안하고 본인 능력도 나이 들어 떨어지고 거기에 농촌은 사회서비스가 연결 안 되니 총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김영란: 농지연금을 비롯한 연금, 사회보험 등은 임금 노동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임금이 없는 상황에서 농업 소득만 있는 농촌에선 아무래도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된다. 연금형식으로 소득의 얼마를 붓고 나중에 받는다는 것은 농촌 어르신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농지연금도 시가지와 멀어질수록 공시지가가 판이하게 달라져 농촌 노인들 소득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 김영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희금: 농촌노인들의 의식과 농지연금의 취지 차이가 큰 걸림돌이다. 평생 모은 재산을 은행에 맡기고 내가 받아다 쓴다? 농민들에게 의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식 반대를 떠나 본인이 용납 못한다. 개인주의적이고 부모와 자식을 분리하는 서구 사회랑 우리 농촌은 다르다. 그래서 농지연금은 실효성을 갖추기 어렵다. 농지를 돈으로 바꿔 자신이 쓰고 자식들에게 안 물려준다는 것은 상상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다.

사회자: 다만 얼마라도 소득을 얻기 위해 노인들이 마치 부업처럼 할 수 있는 것 있지 않나? 일본에선 짚공예로 지역 특산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봤다.

조희금: 물론 경로당, 마을회관에 모여 계실 때 할 일이 없기도 하다. 손으로 하는 소일거리 다만 얼마라도 된다면 좋은데 그런 부업거리는 누군가 제공해줘야 한다.

김영란: 농촌의 전통과 문화를 상품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같다. 대부분 농촌 여성들에게 과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도시 사람에게 인기다. 불을 때더라도 장작불에 무슨 열 시간을 고았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게 옳은 방식일까? 전북 완주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만족하는 사례를 본 적 있다. 주변 어린이집과 연결해 겨울철 논에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손자·손녀가 재밌으니까 할머니 댁에 방학마다 찾아오고 할아버지는 스케이트장 관리, 할머니는 어묵을 파시면서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런 방향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정부에서 하는 농촌활성화사업을 들여다보니 정부가 파견한 퍼실리테이터(집단이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상호작용, 갈등조정 등을 도와주는 사람)가 마을 분들 모셔서 며칠간 회의하고 마을 특색 등을 활용해 여러 아이템을 만든다. 그렇게 하고는 가버린다. 그걸 연결해서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 여러 사업과 아이디어는 우리 안에 이미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과 정부 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나서면 좋지 않을까 싶다.

조희금: 부처 간 협력과 농협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도시 소비자와 연결해주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하기 어렵다. 누군가 해줘야 한다. 지역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것을 실현 시켜줄 사람이 필요하다.

최윤지: 최근에 하고 있는 마을기업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노인들의 땅을 모아서 운영하는 전북 완주의 두레농장처럼 젊은 사람들이 일부 돕고 가공·판매는 광역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책임져주면 가능하다.

공동생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법 찾아야

최윤지: 우선 마을 안에서 체계를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에서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돕는 체계를 1차적으로 만들고 워낙 거리가 멀어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운 부분은 부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조희금: 노인들에게 거동이 힘들어지시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요새는 요양원에 가겠다고 하신다. 사실 농촌노인들은 요양원에서 가는 걸 제일 싫어하신다. 그럼에도 ‘누가 날 모시겠노’하며 포기한 것이다. 정책적으로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지자체 보조가 있는데 겨울에 춥지 않도록 기름 값을 끊지 말고 보조해줘야 한다. 또 마을회관 중심으로 영양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영란: 마을회관에서 식사 해결하는 곳 보면 그 안에서도 서로 역할이 다 있다. 재료공급 등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조금만 도우면 그 안에서 서로 돕고 보살피면서 운영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을 안에 있는 조직들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희금: 마을회관의 시설도 점검해야 한다. 노인들이 목욕을 하고 싶은데 마을회관이 그런 기능을 갖춘 데가 많지 않다. 샤워시설만 되어 있어도 많이 좋아 하신다. 부식비 지원의 경우 노인들도 많이 똑똑하고 정확하셔서 누가 떼어 먹고 하는 것 못한다. 자기들끼리 역할 정해서 서로 돌봐주고 공존하는 생활상 안전 복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건강도 나아지고 행복감도 높아진다.

최윤지: 단계별로 복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첫 단계로 노인들이 기력 있으실 때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활용하고 2단계가 되면 재가 서비스를 받도록, 3단계가 되어 치매가 오거나 거동이 어려우면 요양원으로 가는 단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북의 작은 목욕탕과 작은 도서관 만들기, 강원도의 공동식사 등 일부 잘 하는 지자체 사업이 있는데 전국적으로 보편화되면 좋을 것 같다.

김영란: 노인들이 서로 돌보는 시스템을 마을에 만들고 누구 하나 누락되지 않게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자체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한 명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누군가 의견을 조정하고 사람을 조직화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 면에 한 명씩만 농촌의 특성과 복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 관련 전문가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 뿐 아니라 마을 단위로 이장단을 엮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희금: 지역마다 있는 부녀회장 같은사람들을 교육프로그램에 참여 시키고 거기 노인들을 돌보게 하면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금만 조력하면 마을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묶는 것은 가능하고 그 안에서 많은 방법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영란: 노인들의 영양문제 해결을 위해서 보건소에서 사람을 모아 영양, 조리, 건강 등을 교육하면 좋을 것 같다. 또 경로당과 마을회관 별로 실시되는 발 지압, 스포츠 댄스 등 문화적인 서비스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노인들이 특히 소외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단위를 크게 하지 말고 10명 내외로 상시적으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생활밀착형 지원을 하고 중앙정부는 그 뒤를 지원해주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의 농촌 대대적 정비 필요

최윤지: 마을회관에만 안전하게 어르신들이 다닐 수 있어도 순회 진료 등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농촌은 그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로, 집 등에 턱이 많고 노후화 됐기 때문에 낙상사고의 위험이 크다.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지면 그걸로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있다.

김영란: 아마 지금 농촌의 집, 도로 등을 개량한다면 과거 새마을운동에 버금갈 정도로 대대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지자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농촌관련 예산 계획에 한줄 공약 하나 발견할 수 없다.

조희금: 농촌문제의 비용을 농촌의 비용이 아니라 복지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농촌의 현재 모습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 모두 열심히 일했는데 안전하고 바람직하게 삶을 마감해야 한다. 어디 요양원에 몰아넣고 관리한다거나 하는 것은 비용이 더 들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새 틀을 하루바삐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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