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한 글자씩 써내려가는 심정으로

창간13돌 기념사설

  • 입력 2013.10.05 23:27
  • 기자명 한국농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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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이 창간한지 13돌을 맞았다.

그동안 신문사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문사 경영의 틀이 제대로 잡혀가고 있으며 기자들의 역량 또한 심화된 대안을 제출할 만큼 발전하고 있다. 당초 우리 신문은 뜻있는 지사들의 힘으로 창간했으나 현장의 결여가 가져오는 차이를 좁힐 수 없음을 인정한 후 전농이 참여하는 재창간으로 진정한 농정의 비판자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재창간 이후에도 신문의 역할만 강조하고 경영의 방법에 무지했던 간부들의 역량이 신문발행의 어려움을 가중하여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고비 때마다 회원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다시 힘을 얻고 모자라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굳건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재창간 한돌 기념식에서 당시 발행인인 문경식 의장은 “농촌현장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좀 더 전문적이고 농업대안을 모색하는 신문, 그리고 정부의 농정에 대한 냉정한 비판과 감시를 하는 신문, 진정한 농민들의 신문을 갈망하는 농민들의 요구로 다시 태어났다”면서 “농민들의 피와 땀이 어린 출자금으로 재창간 한 만큼, 앞으로도 진정한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이 되겠다”는 다짐은 오늘에도 유효함을 부인하지 못한다.

이런 다짐은 한국농업의 위기가 가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 이룩해야할 다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농업의 해체와 농민의 해체가 가져올 사회적 위기를 신문이 나서서 예견하고 방지해야함은 물론이다. 또 농업역사의 변화와 이로 인한 농민들의 저항을 가감 없이 기록해야함도 중요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농촌문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시문화가 자리 잡는 아픔을 기록자의 위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위기를 수습할만한 문화형태로 널리 펴고 바르게 가도록 인도하는 것도 신문의 몫이라고 본다. 이런 다짐과 노력들이 모두 다 이룩되기는 어렵지만 신문을 보고 함께 울고 웃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신발끈을 조이고 뛰어야 한다는 각오를 굳게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몇몇 신문이 신문이 아니라 ‘찌라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음을 본다. 권력에 기대어 편하게 글쓰고 권력의 입맛에 맞추는 보도행위야 말로 가장 악질적인 행위다. 특히 우리신문은 우리사회의 가장 어려운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농민, 농업, 농촌을 다루는 신문임을 잊지 않고 있다. 우리신문이 한국농업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잘못된 농정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은 현장독자들과 함께 숨쉬며 울고 웃는다는 것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수많은 농업과 농촌의 급격한 변화를 보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진 삶의 모습들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보기도 했고 초심을 잃고 흐트러지는 활동가들도 보아왔다. 그러나 한편 우리농민들이 일구고 가꾸어야 하는 것이 이 땅의 농업이고 이 땅의 민중일터, 끝까지 초심의 열정을 태우며 살아가도록 옆에서 응원할 것이다. 식량주권사수,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 통일을 향한 농업이 되도록 스스로 종아리에 매를 칠 것이며 이를 지켜보는 독자들의 응원도 기대할 것이다.

독자들이 농정신문에 바라는 요구는 매우 다양하고 깊다. 그 만큼 농정신문의 일거수 일필족이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달리말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의 사랑을 먹고 커가는 농정신문이 농민의 숨소리조차도 놓치지 않는 치밀함까지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창간 13년의 의미를 되짚는 것은 다시 13년이 흐른 오늘 한국농업의 변화가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나설 것인가이다. 그것은 농업해방, 농민해방이라는 대 명제에 가까이 다가서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농정신문의 각오는 필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농민들과 함께 들판에서 한자씩 써나가는 신문이 돼야 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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