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농촌 마을에 활력을

노인을 농촌의 주역으로, 전북 완주 ‘두레농장’

  • 입력 2013.10.05 09:44
  • 수정 2015.11.08 00:2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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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의 농촌노인 복지사업인 두레농장은 지역 단위로 시도돼 온 많은 복지사업 가운데 그 명성이 단연 두드러진다.

경제적 복지효과는 차치하더라도 노인들이 중심이 돼 이웃끼리 하나의 과업을 수행하는 활동 자체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큰 호응과 성과를 도출해 왔다.

65세 이상 농촌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두레농장 사업은 2008년 완주군 농업농촌발전 약속프로젝트의 재정적 지원을 업고 2009년에 처음 출범했다. 6년차에 완전자립을 목표로 5년간 초기 시설비를 포함 3억2천여만원의 지원금이 투입되며, 제1호 인덕마을을 시작으로 현재 총 10개의 두레농장이 조성돼 있다.

두레농장은 고령 농민들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면서 농촌의 주인이었던 그들을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놓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한편으로 기대했던 귀농귀촌 인구 유치 효과는 다소 미진한 상태지만 노인들을 겨냥한 주된 목적은 상당 수준 달성했다는 것이 자타의 평가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두레농장 참여 노인은 로컬푸드 납품 등 안정적인 유통 경로를 기반으로 월 평균 30~40만원의 고정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노동 강도는 2~4일에 한번씩 순번을 정해 일하는 방식으로, 순환이 빠른 농장은 개인당 50~6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개인 농사를 짓던 때에 비해 특별히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고령 농민들에게 고정적인 소득이 생겼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 완주군 제1호 두레농장인 인덕마을 모습. 올해로 조성 5년째를 맞는 인덕마을 두레농장은 내년부터 군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자립하게 된다.

소득보다 중요한 효과는 농촌 마을의 활력이다. 노인들이 모여 앉으면 하루하루 화투놀이로 시간을 보내게 마련이었던 마을에서 화투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다같이 모여 하나의 공동 농장을 운영한다는 점에 보람과 의욕을 느끼고 너도나도 즐겁게 일한다.

대부분 혼자 지내며 각자 밥을 해먹던 노인들이 공동식사를 하면서 한층 활력이 더한다. “두레농장에서 다른 것보다도 모여서 같이 밥먹는 게 최고”라는 노인들의 말에서 예전의 쓸쓸했을 식사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한데 모여 일하다 보니 서로간에 대화가 활발해지고, 자연히 구성원간 단합이 이뤄진다.

인덕마을 두레농장의 유철환 위원장은 “처음 일 년간은 작업장이 싸움터였다. 작업하면서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누다 보니 서로간의 케케묵은 앙금까지 드러나고 언성높여 싸우는 일이 잦았다. 그 싸움이 일 년을 가더라. 일 년이 지나니 싸우던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고 위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두레농장이 아니었다면 끝내 풀지 못하고 묵혀뒀을 앙금을 오히려 남김없이 풀어내고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는 견해다.

노인들의 건강 증진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경직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화투놀이가 온 몸을 사용하는 건강한 노동으로 대체되면서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항상 서로 어울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정신적·정서적인 치유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노인들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아프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어 병원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고, 항상 복용하던 약도 끊으면서 농촌 노인들의 고질적 문제인 약물 남용 역시 사라졌다.

중풍을 앓고 있던 인덕마을의 박정례(76) 할머니는 두레농장 활동을 통해 상당한 치유 효과를 얻었다. 처음엔 거동이 불편해 집과 공동작업장을 운동삼아 천천히 오가며 구경하다가 차츰 손에 잡히는 일을 거들던 것이 이제는 거의 한 사람 몫을 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무기력하고 고립된 기존 농촌 노인들의 생활이 얼마나 건강상의 악순환을 초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완주군의 농촌노인 복지사업인 두레농장은 그동안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으며 농촌복지의 모범사례로 꼽혀왔다. 타 지자체에서 끊임없는 견학과 벤치마킹이 이뤄지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 경남 합천군에서는 완주군의 모델을 도입한 두레농장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레농장에도 걱정은 있다. 초고령 농민들이 넘쳐나는 농촌 환경에서 구성원들의 사망이나 노쇠화 등으로 차츰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조성 5년차를 맞는 인덕 두레농장의 경우 초기 17명의 노인이 농장에 참여했으나 현재는 7명만이 남아있다. 때때로 대체인력을 쓰는 데에 자금 부담도 생긴다.

또한 생산과 유통 등의 측면에서 두레마을이 원활히 운영되고 완전히 자립하는 데에는 책임감 있고 능력있는 대표자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두레농장 사업에 대해 추가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 현장과 완주군의 공통된 시각이다.

제1호 두레농장인 인덕마을은 올해 마지막 군 지원을 받고 내년부터 자립하게 된다. 유 위원장은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처럼만 한다면 충분히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군 차원에서도 한층 세심한 노력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농촌노인 복지모델인 두레농장이 온전히 뿌리내리는 것은 전국적인 농촌복지 정책에도 큰 희망이 될 것이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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