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의료시설, 한계와 개선책은?

인력 부족·환자 의식 문제 … 간병인 제도·진료비 지원 절실

  • 입력 2013.10.05 09:38
  • 수정 2015.11.08 00:2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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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직접 의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경북 봉화군 일대의 의료시설 담당자들로부터 농촌 의료 업무의 고충을 들어봤다. 나름대로 열성을 품고 일하지만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에 아쉬워하는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봉화군내에는 봉화군 보건소를 중심으로 9개의 보건지소와 14개의 보건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면적에 비해 많지 않은 숫자지만 그보다 더 빈약한 것은 인력이다. 현재 보건지소에는 보통 의사와 간호사가 각 1명씩 배치돼 있으며, 보건진료소는 의사 없이 1명의 간호사가 2개소를 맡아 격일로 오가며 근무하고 있다.

특히 보건진료소의 경우 인력의 부족은 진료의 질을 떠나 원활한 진료활동 자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고령의 농민들이 격일 근무체제를 이해하지 못해 휴무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먼 길을 찾아왔다가 허탕치기 일쑤다. 여기에 관할별로 40여명에 달하는 방문진료 대상자를 주 1회씩 방문하자면 간호사가 진료소를 비우는 빈도는 더욱 늘어난다.

산간 벽지의 보건진료소 두 곳을 담당하고 있는 한 간호사는 “아무리 휴무일정을 설명드려도 어르신들은 잘 모르신다. 1개소에 2명만 돼도 무리없이 진료가 이뤄질텐데 현실은 1명이 2개소를 떠맡고 있으니…”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봉화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해성병원도 인력 부족을 토로한다. 해성병원측은 간병인 제도 보완이나 진료비 할증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는 한정된 약품과 단순한 시설만을 구비한 1차적 진료기관이다. 기본적인 진단과 간단한 처방으로 역할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과 맞지 않는 농민들의 지나친 기대 또한 문제로 꼽혔다. 고령 농민들이 1차진료나 예방 차원에 만족하지 않고 온전히 병을 치료받기를 바란다는 것.

번거로운 이동경로를 고려해 보면 일면으로는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에서 진단을 받고 추가 치료를 요할 경우 차편으로 수십 분 거리의 읍내로 나가야 하고, 수술이나 정밀진단이 필요하면 또다시 4~50분 거리의 안동시내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은 병을 키운다. 웬만큼 아파도 엄두가 나지 않아 읍내 병원에 나가지 않고 참고 지내다가 스스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농민들도 많다. 봉화군 보건소에서 상황에 따라 병원 호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구석구석 일일이 신경쓰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물야면 보건지소의 박세훈 지소장은 “진단을 해드리면 그 심각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기도 하다. 상급병원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잘 가려 하지 않으신다”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규모가 있는 민간 병원도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봉화군 최대 규모 병원인 해성병원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이다.

해성병원 김성희 원무부장은 “인력과 시설을 늘릴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의료활동도 늘어나겠지만 인구가 적은 만큼 임상케이스도 적어 이런 지역은 의사들에게 메리트가 없다”고 말하며 “설사 인력과 시설을 늘린다 해도 재정적인 유지 또한 힘든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간병인의 숫자도 부족하다. 입원해도 자녀가 곁에서 간병하기 힘든 농촌 노인들의 여건을 고려, 해성병원에서는 간병인들을 상시 고용해두고 있다. 하지만 농번기가 되면 간병인들이 농사를 위해 한꺼번에 휴가를 신청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정부에서 지원이 나오는 부분이 있지만 부족한 면이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간병인 제도만 보완되더라도 보호자 없는 시골 병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또는 정부가 농촌지역 병원 진료비에 할증을 매겨 그만큼을 지원해 주는 방식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군내 보건시설을 순차적으로 신축하고 시설을 교체하는 등 의료복지 개선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점차 고령화 되고 있는 봉화와, 전국 방방곡곡의 농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합당한 의료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일에는 지역과 정부가 달려가야 할 길이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것으로 보인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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