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화식품-계열농가 간 갈등 ‘줄다리기’

농민들 “현 농가협의회 해체하고 재결성해야”

  • 입력 2013.09.27 17:12
  • 기자명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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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비 인하 문제로 불거진 성화식품(이하 계열사)과 계열농가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계열사는 지난 8월 계열농가에 ‘8월 입추 분부터 사육비를 인하 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계열사의 사육비 인하 통보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일부 계열농가들이 충남도청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문제를 제기한 농민들은 “사육비를 얼마나 인하했느냐 보다 사육비 인하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계열사가 그들 입맛에 맞는 농가협의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절차 없이 사육비를 인하했다”고 지적했다.

성화식품 농가협의회의 전임임원의 임기는 지난 5월31일 종료됐고, 8월 사육비 인하 통보 당시에는 농가협의회는 부재 상태였다. 결국 계열농가가 제기한 ‘절차상의 문제’가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농가협의회 구성 ‘입맛대로’···계열사 임원이 감사역할도

지난 8월 충남도청 분쟁조정위원회 주도하에 계열사와 계열농가간의 협의가 두차례 이뤄졌다. 계열농가 측에 따르면 협의 과정에서 계열사와 계열농가는 “(사육비 인하가 명시된)계약서를 백지화하고 농가협의회가 구성되면 원점(사육비 인하 협의부터)에서 다시 시작해 농가협의회와 협의 후 계약서를 다시 변경한다”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계열사가 중재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농가를 직접 방문해 ‘8월5일 이후 입추한 농가는 변경된 계약서대로 정산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았으며, 농가협의회 구성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분쟁조정 신청 농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전체농가회의 개최를 공고하고, 85명의 전체 계열농가를 소집했다. 하지만 계열사가 같은 날 농가 전체 회의를 소집, 방해하면서 분쟁조정 신청 농가가 소집한 총회에는 5개 농가만 참여한 반의반쪽짜리 총회가 돼버렸다.

결국 지난 6일 계열사주도로 만들어진 농가협의회는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고, 계열사는 새로운 임원진과 사육비 인하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계열사가 내세운 회장 후보가 당선 되고, 계열사의 사육본부장이 감사로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계열사 입맛대로 만들어진 농가협의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계열농가는 “회사가 이들을 소집한 것은 농가협의회를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규성 성화식품 사육본부장은 “그분(분쟁조정 신청 농가)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소수의 입장표명이다. 다수의 의견으로 농가협의회 구성 절차를 다 밟고 진행했다. 새로운 임원진을 회사에서 뽑은 것이 아니라 지부가 7개 지부로 나눠져 있는데 그 속에서 지부장을 선출, 지부장들이 모여 농가협의회장, 부회장, 감사, 사무국장을 선출한다. 그런데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선출했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는 농가협의회의 자금지출이 투명하게 되는지 관리감독 해야 하는데, 농민이다 보니 농장을 운영하느라 시간도 없고 같은 농가끼리 재정적 부분을 논하기 어려워하더라. 그래서 회사에서 관리감독을 도와 줬으면 좋겠다는 농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온 이야기다. 농가 임원진들이 계속해서 요청을 하면 (감사를)해드릴 수 있다고 말을 했을 뿐 회사 임원이 어떻게 감사로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감사가 선출되던 자리에 참석했던 A농민의 입장은 달랐다. 정규성 사육본부장이 감사로 활동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A농민은 “그날 회의에서 정규성 사육본부장이 감사로 선임 됐으니까 활동을 하고 있겠죠”라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이어 A농민은 “이것은 농가협의회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 계열사에서 농가협의회 측 감사 1명, 회사측 감사 1명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하길래, 그러자 한 것 뿐이다. 정관에 나와 있는지 회칙에 나와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회사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라며 정 본부장의 감사 활동이 사실임을 재차 강조했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농민은 “계열사 성화식품이 축산계열화법 중 ‘자발적으로 계약사육농가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다’와 ‘계열화사업자는 계약농가가 농가협의회를 구성하는 때에는 이를 방해하거나 불이익 등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을 어긴 것”이라며 “회원도 아닌 계열사의 본부장이 어떻게 감사를 맡을 수 있나. 그래서 우리는 회사에서 만든 농가협의회를 인정할 수 없다. 지금의 농가협의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농가협의회를 구성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열사, 무언의 압박···모난 돌이 정 맞을까 입장표명 어려워

지난 5월31일 전임 농가협의회의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왜 그동안 새로운 농가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았느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전임 농가협의회가 회의를 소집해 진작에 협의회장을 선출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 하지만 전임 농가협의회도 계열사가 농가들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회였다는 주장이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농민은 “전임임원들도 말로만 농가협의회지 2년동안 회의를 한적이 없었다. 그래서 임원도 아닌 우리들이 몇 번이고 왜 활동을 안 하느냐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계열사가 사육비 인하 통보를 했고, 농가협의회와 협의 없이 통과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농민은 “심지어 통상적으로 계약서를 보내려면 15~20일 전에는 보내줘야 농가가 판단을 하고, 계열사를 옮기든지 남아 있든지 할텐데 8월5일날 시행하는 것을 8월1일 날 갖고 와서 통보 하는 게 어디 있느냐. ‘도장 안 찍으면 너는 계약해지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농가 협의회를 인정한다면 사육비 인하 계획이 있으니 빨리 협의회를 구성해 협의를 하자고 요청했어야 옳다”며 분노했다.

현재 이와 같은 분쟁을 함께 하고 있는 농가들은 전체 85농가 중 10농가 남짓, 나머지 농가들은 뒤에서 응원을 하고 있지만 계열사의 계약해지가 두려워 모습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 사육본부장은 “우리가 안 좋은 병아리를 준다거나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그들의 우려지, 우리가 직접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우리는 농가들이 하자는대로 다 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문제는 충남도청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해결되지 않아 대한양계협회의 중재에 맡겨진 상황이다.
<김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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