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자주성으로 농촌 공동체 회복·지역순환경제 만들어야

구자인 진안마을만들기지원센터 연구소장

  • 입력 2013.09.27 15:38
  • 기자명 어청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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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꾸미고 자기 지역을 살기 좋게 꾸민다.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 협의하고 공동으로 노력해 그 필요를 채운다. 전북 진안군을 모범 삼아 전국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을 만들기다. 처음으로 전북 진안에서 마을 만들기에 나섰고 10년째 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구자인 진안마을만들기지원센터 연구소장을 만나봤다. <어청식 기자>

▶마을 만들기란 무엇인가?

-지역에서 오래 살아왔던 주민들이 스스로의 판단과 아이디어를 내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실천하는 자발적 행동이다.

▶마을 만들기가 왜 필요한가?

 - 농촌은 그나마 있던 공동체가 해체됐고 지역의 젊은 인재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 농업은 수입개방으로 그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논과 밭은 똑같은 상품을 찍어내는 공장처럼 되어버렸고 산과 들은 방치되어 있다. 이런 현실 속에 지역주민들의 자발성과 자치의식은 사라졌다. 일제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행정이 스스로 무얼 해보자 하는 주민들의 싹을 모두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자치의식, 주인의식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복원해야만 농촌이라는 공간이 사람 살만한 곳으로 바뀔 것이다.

▶취지엔 동의하지만 농촌에 사람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

 - 농촌 내에서 인적자본이 재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귀농귀촌도 충분히 활용할 필요 있다. 지금과 같이 도시의 실업·은퇴자정책, 돈 주고 이사 하라는 식의 정책이 아니라 진짜로 농업과 농촌 살리기에 뜻이 있는 사람을 불러 들여야 한다. 마을만들기센터에 15개의 단체가 입주해 있는데 이곳 상근자들은 저임금임에도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굳이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좋은 땅과 지원금을 두고 지역 주민과 귀농인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귀농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기존 지역주민과 귀농인이 섞이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 어떻게 이들을 융화 시켜 마을 만들기를 함께 할 수 있는지.

- 우선 토착민들은 선입견을 갖고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귀농인들도 도시에서처럼 자기 삶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마을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례로 ‘행복한 노인학교’가 있다. 귀농인들이 그룹으로 엮여 번갈아 가며 노인들에게 한글과 산수를 교육 한다. 또 한글을 깨우친 노인들이 지역 소식을 신문기사로 쓰게 해 인터넷에 올리면 자식들도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기에 속한 귀농인들에 대한 마을 노인들의 평은 좋다.

▶10년 동안 마을 만들기 해왔는데 자평을 한다면?

 - 10년이 긴 시간 같지만 이제야 디딤돌을 놓았다고 본다. 처음 10년 목표로 지원센터 설립과 로컬푸드사업단 구축, 주민들의 주도적 마을 만들기가 목표였다. 현재 그것은 어느 정도 완수 했고 더 나아가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야 하는데 농촌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얼마나 더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으로도 10년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우선 진안의 로컬푸드에 신고된 800여 농가의 느슨한 조직화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반드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오랫동안 행정이 주민들을 보조금으로 길들였고 주민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행정은 예산 세우고 돈 지원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을 상상하지 못한다. 오랜 기간 쌓여왔던 문제이니 만큼 해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마을 만들기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해 달라.

 - 눈에 띄는 것은 주민들이 세운 마을박물관이다. 자신들의 오래된 사진, 생활도구 등을 이용해 마을의 역사를 기록했다. 이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자부심을 갖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또 로컬푸드와 농가레스토랑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례,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요양원을 만들기 위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젊은 노인이 늙은 노인을 돌봐주고 자기도 늙으면 돌봐주는 것을 기대하면서 마을회관 등을 이용해 주민들 스스로 시도하고 있다. 물론 자원이 부족해 성공할지의 여부는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이런 시도를 주민들 스스로 계획하고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농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 농업을 단순 산업으로서, 농촌을 도시에 농산물을 내다파는 공장으로 바라보지 말고 농사의 가치를 다시 봤으면 한다. 산업으로서의 농업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농촌이라는 공간, 대농에 유리한 의제보다 소농과 가족농의 삶을 아우르는 주제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또 농민들이 관찰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 의해 보여 지는 그대로를 믿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바라볼 수 있게끔 스스로 학습하는 농민이 됐으면 한다. 그것이 곧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TV 등 이미지로 보이는 것을 선호하지 말고 한국농정신문이라도 열심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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