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은 풍년, 마음은 흉년”

인터뷰 곽길성 진도군 농민회 회장

  • 입력 2013.09.16 08: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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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벼 수확을 앞두고 “기상이변만 없다면 올해 농사는 대풍”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가위를 앞둔 농촌 들녘이 황금물결처럼 풍성할 법도 한데, 농업정책을 비난하는 현수막은 여전히 나부끼고 있다. ‘쌀 목표가격 23만원 쟁취’ ‘쌀 전면개방 결사반대’. 다른 농산물도 가격 폭락에 시름겹지만 농업의 근간인 쌀농사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전남 진도에서는 쌀목표가격 법안을 질타하는 현수막도 걸렸다. 진도 농민 곽길성 씨에게 쌀농가의 심경을 들어봤다.

 

▲ 한가위를 앞두고 풍성해야 할 고향인데 요즘 농촌 분위기는 어떤가.

올해 쌀이 풍년이 들 것 같다. 지역분들 말로는 지금까지 농사 중 올해 농사가 가장 잘됐다고 하는 정도다. 태풍 없었으니까 올해 고추, 양파 등 농사 전반에 큰 무리가 없었다. 농사는 풍년인데… 마음은 흉년이다.

농민들에게 쌀가격은 기준가격이다. 쌀값이 어떠냐에 따라 농민 마음도 변한다. 사실 추곡수매제 폐지 뒤로 쌀농사 포기상태나 다름없다. 수매제 때는 매년 기대심리 같은 게 있었다. 올해 쌀값이 어쩔 건가 하는. 그런데 5년마다 목표가격을 다시 산정하는 정책을 펴다보니 감각이 무뎌졌다. 매년 쌀값을 고민하던 농민들이 목표가격에 묶여 거기서 거기인, 시장시세도 붙박혀 있는 꼴이 됐다.
 
▲ 지난해 쌀자급률은 86.1%로 2년 연속 80%에 머무르고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문제제기를 한다면.

농식품부는 정부비축미와 수입쌀로 수급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소리를 한다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양정 책임자들은 자체 생산한 쌀로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책임져야 하는데, 수입산으로 공급하겠다는 말이 무책임할 뿐이다.

뉴스를 봐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소비자들이 지출 중 식료품비 지출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말한다는데, 등록금, 집값, 의료비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나. 천문학적인 거대 물가에 대해서는 체념적이고 생활물가만 가지고 얘기 하는 게 안타깝다. 

▲ 쌀목표가격 문제를 두고 정부와 국회가 공방을 치르고 있다.

목표가격 자체가 불합리한 제도다. 추곡수매 할 때는 생산비, 물가상승률 따져서 수매가격이 결정됐다. 그런데 2004년 수매제 폐지되면서 목표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로 농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말았다. 쌀정책의 근본은 농가소득 보장해 농민들 충분하게 농사짓게 해야하는 것으로 결론 나야 한다.

이걸 전제로 한다면, 나는 목표가격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직불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흥지역내 고정직불금은 1ha(3천평)당 80만원으로 평당 260원 꼴이다. 이를 평당 1천원까지 올려 1ha에 300만원은 받아야 한다. 아울러 현재 농민들이 주장하는 23만원 목표가격에 근접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목표가격 관련해서 마을에 현수막도 붙였다고 하는데, 무슨 연유에선가.

‘쌀값 하락 앞장서는 김영록 의원 규탄한다’는 문구다. 추석 때 고향 오는 분들 다 보시라고 현재 진도관내 10곳에 한달 동안 게시할 예정이다.

쌀목표가격에 대해 농해수위 위원장인 최규성 의원이 21만원을 발의했는데, 우리 지역구 의원인 김 의원이 19만원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진도는 농업군이다. 농민인 주민위해 국회에서 일 해달라고 뽑았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가격을 기본으로 정부와 싸울 일이지 정부편 들어 낮춰주고 협상하는 것, 못할 게 뭐 있나. 특히 이런 법안을 낼 때 지역 주민, 농민들, 농민단체와 협의 한번 했는가. 성과주의에서 비롯된 조급증의 단면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 2015년부터는 쌀시장 개방이 임박했다. 정부는 ‘개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직간접적으로 ‘개방이 답’이라는 결론인 것 같다.

쌀 조기 관세화를 주장하던 정부가 최근에는 전면개방과 MMA증량을 통한 관세화 추가 유예를 말한다. MMA증량까지 하면서 개방을 미룰 수 없으며 전면개방만이 현실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MMA 고정하고 개방도 하지 않는 ‘현상유지’도 있다는 것은 외면하고 있다.

WTO 회원국들 중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각각 2000년과 2004년 이후 추가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현상유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쌀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우리나라도 2015년 이후 당연히 다른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현상유지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주식인 쌀시장 개방은 파국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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