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원하는 새 정부의 농업정책

이재욱 생활협동조합전국연합회 사무총장

  • 입력 2008.01.12 10:50
  • 기자명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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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이란 말이 있다. 지난 세기 후반에 한 때 쓰였던 ‘세대차’란 말과는 쓰임이 다른 말이다. ‘세대차’ 혹은 ‘세대차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앞 세대와 뒷 세대의 성장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형성되는 의식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른바 참여정부에서는 386세대가 권력의 중심축을 이루었다고 한다면 이번에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475세대(좀 억지스러운 명칭이기는 하지만)가 중심을 이룰 모양이다.

농촌과 도시 사이 세대갈등

사회가 고령화되어 가면서 연금 수혜를 받는 인구는 늘어가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뒷 세대는 연금수혜세대들이 빼가는 ‘곳감’을 창고에 채우기 위해 자신이 챙겨야할 수입을 더 많이 내놓아야 한다. 이렇게 세대간 갈등구조는 권력에서, 경제력의 배분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 이재욱 생활협동조합전국연합회 사무총장
한때 우리 사회가 농업중심 국가였다가 노동집약적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촌인구를 산업노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농촌을 쥐어짜서 이농을 촉진시킨 적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형제들을 부양하겠다고 움켜진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향을 떠났던 세대들이 이제 도시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이 떠난 농촌에는 우리 역사에서 정착 농경문화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후계자 없이 농사를 짓고 있는 세대가 생겨났고 이들은 이제 전통농경문화의 마지막 세대가 되고 있다. 이제 희망도, 경쟁력도 이 사회를 지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농촌을 도시가 부양을 해야하는데 이것도 우리 사회의 경제력이 집중화되어 있는 수도권과 도시의 짐이 되고 있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떠났던 자식들이 사는 도시가 남아있는 부모들이 살고 있는 농촌을 부양해야 하는데 이것이 짐이 되고 농업이 망해가는 데도 도시가 이를 외면하고 농업을 살려야 된다고 농사꾼이 서울로 올라와 데모라도 할라치면 이제 도시에 사는 자식세대들은, 자식의 자식세대들은 등을 돌린다. 세대갈등은 이렇게 농촌과 도시사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동안 정부는 농업, 농촌을 살린다고 체험마을이다, 관광농촌이다, 종합개발이다 하여 돈을 쏟아 부었다. 이 바람에 우리 농촌의 남아있는 안노인들은 쉬지도 못하고 주말마다 도시에서 놀러오는 자식 같은 젊은이들 밥해 먹이느라 등골이 휘어진다. 바로 전 세대만 해도 자식들 부양받아 쉴 나이에… 오천원 때문에.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제 이렇게 남아있는 농촌도 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러 이러 저런 행사로 농촌마을에 갈 때마다 나는 그 마을의 구성원들의 나이테를 짐작하며 이 마을이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을까 짐작해 본다.

마치 아직도 활기가 살아있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마을도 찬찬히 살펴보면 기껏해야 10여년 정도 지나면 이런 행사마저 할 사람도 없으리라 싶은 마을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시나브로 농촌이 사라지면 농업은 온전히 유지될까?

지금은 외국에서 농산물이 싸게 수입되어 우리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진 않지만, 지금처럼 온 국민이 먹는 먹을거리의 태반을 남의 나라에 의존하다가 언젠가 이렇게 먹을거리를 수입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최근에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석유가격이 오르면 더 오르게 된다. 더 오를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그 정부가 참여정부가 됐든 이명박 정부가 됐든 상관없이 국민들이 먹을거리의 위협-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계의 곡물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우리는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농민 수고 대가 온전히 보상을

그러려면 지금 이 농촌을 체험관광이니 어메니티 온갖 포장으로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농민이 수고한 만큼 그 대가를 온전히 계산해주어서 그들이 도시인들의 돈냥을 구걸해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한 대가를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와 농촌 사이에 나타나는 세대갈등도 해결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후계세대가 농촌에 형성될 것이다.

우리가 농촌에 대해 이런 걱정을 하며 정부의 농촌·농업정책에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농촌에서 농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국민들이 먹을거리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테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식량의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릇 농사 백년 앞을 보라 했는데 최소한 10년 앞이라도 보고 농정을 펼쳤으면 좋겠다. 농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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