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양돈농가 집단폐사에 ‘불량사료’ 의심 확산

금지 성분 검출에 농민들 공분 … 업체 반응은 소극적

  • 입력 2013.09.16 02: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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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업체 지역공장의 사료를 사용한 전북 김제시의 양돈 농가에서 집단 폐사 현상이 발생했다. 사료에서 규정상 금지된 성분이 검출되면서 불량사료가 폐사의 원인이라는 의견이 농민들 사이에 팽배한 가운데 해당 업체는 성분의 검출과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들어가선 안될 성분 ‘마두라마이신’

S사료 김제공장 제품에 대한 불량사료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4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사료를 사용한 농가에서 잇단 폐사 현상이 발생했지만 환절기와 겹친 시기 탓에 악성 호흡기 질병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겨울을 지나서도 피해가 계속되자 지난 4월 말경 발생한 대규모 폐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료 성분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진료를 맡은 김제 성진가축병원 김락기 원장은 전북대 수의과대학 병리학실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조사를 의뢰해 원인불명의 중독 추정 소견을 받았고, 이후 따로 의뢰한 민간연구소 조사를 통해 6월 말경 문제가 된 사료 내에서 항생제 성분인 ‘마두라마이신’을 발견했다.

마두라마이신은 기생충의 일종인 콕시듐을 억제하는 항콕시듐제로서, 법정 사용기준에 따라 닭사료에만 일정량을 첨가할 수 있을 뿐 돼지사료에는 첨가가 금지돼 있다. 닭사료와 돼지사료를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는 S사료 김제공장의 공정상 일부가 착오로 혼입됐을 것이라는 소견이다.

▲ 지난 4월 대규모 폐사를 겪은 김덕호(66), 김동은(33) 부자가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 부자의 축사에서는 새 사료를 사용한 후 650여두의 돼지가 폐사했다.

김 원장은 항콕시듐제가 특히 일반 항생제와 병용할 경우 독성이 크게 강화되고, 실제로 항콕시듐제로 인해 돼지가 집단 폐사한 해외 사례가 있는 만큼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하며 마두라마이신 성분을 폐사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돼지사료에 마두라마이신이 혼입된 것부터가 위법이라고 지적하며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은 공장이 돼지와 닭사료 라인을 공유해서 들어가선 안되는 물질을 유입하게 했다는 자체가 해썹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애타는 농민, 느긋한 업체

김제에서 양돈 농장을 경영하는 김동은(33·공덕면 황산리)씨는 키우던 돼지의 집단 폐사로 2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지난 4월 22일 새로 구입한 사료를 배급한 김씨의 축사에서는 이튿날 6두, 나흘째에 한 라인 전체가 폐사할 정도로 급격한 피해가 발생했다. 종국에는 새 사료가 투입된 두 개의 동에서만 전체 650여두의 돼지가 폐사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사료에 의구심을 갖게 된 김씨는 5월초 건강한 돼지를 두 실험군으로 나눠 자체적으로 비교실험을 실시했고, 문제의 사료를 먹인 돼지들만이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뒤이어 김 원장으로부터 마두라마이신 검출 소식을 듣고 김씨 역시 집단 폐사의 원인을 불량사료로 확신했다.

농민들은 사료 문제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당초부터 지자체와 각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마두라마이신을 찾는 과정에서 각 기관의 미온적인 움직임에 실망하고 현재는 경찰에 의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막심한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 검사 결과에 따라 민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하지만 사료업체측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 우선 추이를 지켜보자는 소극적 자세를 견지해 농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S사료 김제공장 지용 이사는 마두라마이신이 돼지 폐사에 끼치는 영향이 전혀 확인된 바 없으며, 해외 폐사 사례들 역시 자세히 분석해 보면 정보가 왜곡된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사료 성분 검사에 있어서도 농민측의 샘플만이 사용되고 업체측의 샘플은 사용되지 않는 등 공정성과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마두라마이신 검출 진위조차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 이사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채 진행중인 안건이기 때문에 섣불리 대응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다만 “농민들이 의뢰한 국과수 검사에서 사료의 문제가 명확히 밝혀진다면 당연히 합당한 배상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자기회사 제품에 관련된 대규모 피해 상황을 이렇다 할 해결의지 없이 지켜보고 있는 업체의 태도에 농민들의 도의적인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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