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공사

  • 입력 2013.09.16 01:43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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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 먼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해 12월31일 그동안 미뤄왔던 쌀 수입전면개방을 다시 10년간 유예하기로 정부가 결정했다. 물론 해마다 의무수입물량을 2만톤씩 더해서 돌아오는 2014년에는 40만8천톤에 이르도록 말이다.

농민들과 일부학자들은 당시 의무수입물량 20만톤에서 고정하고 협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다시 돌아와 2013년, 내년으로 다가온 쌀 협상에 정부가 농민들을 속이고 있다. 아니 죽이려하고 있다. 쌀 전면개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농민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뭐 이제 끝난거구만”이라는 반응도 보인다.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농민들의 속내는 분노와 함께 체념이 섞여 혼란스럽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정부의 협상은 잘못된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DDA협상이 곧 타결될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미국의 집요한 개방요구에 몸을 낮춘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DDA가 주춤거리고 있는 것으로 봐 현상유지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이견을 냈다. 예상대로 DDA는 사실상 죽어버린 상태고 모든 국가가 2004년 이후 현상유지(standing still)정책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이후에는 어느 나라도 어떤 의무이행도 없다.

고려공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조변석개, 작심삼일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쓰인다. 물론 조선이 고려를 폄훼하려고 한말이다. 세종실록에 나오는데 고려의 정책이 하도 조변석개해서 민폐가 많았다는 걸 주장함이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탐학에 더 열중했던 고려를 역성혁명으로 조선이라는 새나라가 세워졌다. 뭐 이런 명분용인 셈이다. 이후 이 말은 우리나라사람들은 뭘해도 안된다는 말로 일제에 의해 널리 퍼졌다.

그럼 조선이 정책을 잘했는가하면, 뭐 그렇지도 않다. 명나라를 주군으로 섬기는 모화사상은 모든 정책이 명분론으로 흘러 실사구시적 정책은 발을 디딜 수 없게 만든 것이 조선이다. 특히 임란이후 실리외교를 명에 대한 불복종이라 생각한 정적들에 의해 패륜왕이 되어 제주에서 죽어간 광해임금을 보면 조선의 모화 이데올로기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쌀 개방문제에서 우리의 협상대상국은 뭐니뭐니해도 미국이다. 쌀은 우리의 농업이고 농민이고 농촌이다. 미국이 집요하게 30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자포니카계 쌀농사를 짓는 이유가 있다. 일본과 한국을 노리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의 패권을 잡아야할 미국이 두 나라의 주식을 잡는 것은 모든 일에 우선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국비로 공부한 장학생들이 미국에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는가. 숭미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고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되겠다고 했으면서도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지 않았던가.

대통령까지도 숭미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2004년의 쌀 협상이 바로 그런 결과물이다. 잘못된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관료들에 의해 지금도 고려공사 삼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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