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수확이 끝나면 서리가 내린다

사진이야기 農·寫 정선 고랭지 배추 수확 한창
'금치'여도 농민소득은 제자리

  • 입력 2013.09.15 23:01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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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꽉 차니 단단히 여물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클수록 배추의 속은 더 단단해졌다. 이슬을 흠뻑 머금은 배추겉잎을 걷어내자 옹골찬 배추의 속이 허옇게 드러났다. 해발 600미터 이상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배추다. 강원도 정선, 평창, 태백 등지에선 요즘 고랭지 배추 출하가 한창이다.

민족의 명절, 한가위 전후로 모두 출하될 배추다. 일부는 가락시장으로, 일부는 김치공장으로 이미 행선지를 받아놓은 배추는 하루가 멀다하게 5톤 트럭에 가득 실려 산지를 떠났다.

지난 10일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건천리의 한 들녘에서도 배추를 수확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세상이 깊이 잠든 시간에 시작된 작업은 동이 틀 때까지 지속됐다. 경사진 밭에서 걷어낸 배추를 망에 담고 트럭에 옮기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밤샘작업에 나선 이들은 10여 명의 중국인이었다.

농민들은 오를 대로 오른 국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일 터, 말은 통하지 않아도 작업은 곧 잘 하는 외국인을 써야 그나마 수지타산을 따져볼 수 있다. ‘남는 게 없음’을 한탄하기 전, 인건비부터 아껴야 하는 현실이 오늘날 농촌이다.

고랭지 배추는 2모작이 힘들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일조량이 부족하면 농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겨울이 길고 봄이 짧은 정선 지역도 마찬가지다. 다른 말로 하면 배추 1모작의 성패가 곧 농가소득(연봉)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약 3.3ha(1만평) 규모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대호(47)씨는 “배추 수확을 끝낸 뒤 내년 농사를 위해 로터리를 치고 나면 서리가 내린다”고 말했다.

서리는 길고 긴 겨울의 시작과 동시에 한 해 농사의 마무리를 알리는 신호다. 그렇게 농사지어 배추 한 포기당 받은 가격이 1천 원 선. 이씨는 “소비자들이 ‘금치’라 부르며 비싼 배추값을 치뤄도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지 ‘상상, 그 이상의’ 유통단계의 마진을 지레짐작할 뿐이다. 궁금하다. 당신은 혹시, 배추를 얼마에 구입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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