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한가위 전후로 모두 출하될 배추다. 일부는 가락시장으로, 일부는 김치공장으로 이미 행선지를 받아놓은 배추는 하루가 멀다하게 5톤 트럭에 가득 실려 산지를 떠났다.
지난 10일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건천리의 한 들녘에서도 배추를 수확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세상이 깊이 잠든 시간에 시작된 작업은 동이 틀 때까지 지속됐다. 경사진 밭에서 걷어낸 배추를 망에 담고 트럭에 옮기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밤샘작업에 나선 이들은 10여 명의 중국인이었다.
농민들은 오를 대로 오른 국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일 터, 말은 통하지 않아도 작업은 곧 잘 하는 외국인을 써야 그나마 수지타산을 따져볼 수 있다. ‘남는 게 없음’을 한탄하기 전, 인건비부터 아껴야 하는 현실이 오늘날 농촌이다.
고랭지 배추는 2모작이 힘들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일조량이 부족하면 농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겨울이 길고 봄이 짧은 정선 지역도 마찬가지다. 다른 말로 하면 배추 1모작의 성패가 곧 농가소득(연봉)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약 3.3ha(1만평) 규모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대호(47)씨는 “배추 수확을 끝낸 뒤 내년 농사를 위해 로터리를 치고 나면 서리가 내린다”고 말했다.
서리는 길고 긴 겨울의 시작과 동시에 한 해 농사의 마무리를 알리는 신호다. 그렇게 농사지어 배추 한 포기당 받은 가격이 1천 원 선. 이씨는 “소비자들이 ‘금치’라 부르며 비싼 배추값을 치뤄도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지 ‘상상, 그 이상의’ 유통단계의 마진을 지레짐작할 뿐이다. 궁금하다. 당신은 혹시, 배추를 얼마에 구입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