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뭉치지 않는다면 정부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김남홍 충북고추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입력 2013.09.06 13:4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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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aT센터 앞에서 열린 고추 생산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고추값 폭락사태의 핵심으로 정부의 무분별한 고추 수입을 지목했다. 최근 3년간 국내에 들어온 수입 고추는 총 29만여톤. 이에 비해 지난해 국내 건고추 생산량은 10만4000여톤에 그쳤다.

고추 생산농가가 모여 만든 전국 고추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40%에 그친 고추자급률을 정부가 제시한 65%까지 올리려면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의 고추 수입을 중단하고 수입물량을 시장에서 격리 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추 비대위는 또 시가수매로는 고추값 폭락 사태를 막을 수 없으며 건고추 1근에 최소 1만원은 정부가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를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 고추가격이 급락하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하반기 투쟁으로 품목별 단체와 결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기본 주식이 쌀이라면 고추는 양념의 기본이다. 많은 농민들이 농사짓는 품목이다. 그래서 충북지역의 고추 생산자 조직과 회합을 갖고 비대위 구성을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비대위를 구성했으며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으로서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앞으로 비대위에 합류한 생산자 조직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추후 활동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충북지역 고추농사 현황은 어떠한가?

- 지난해보다 더 고추를 심은 농가가 없었다. 지역 농민들을 만나보니 고추농사는 생산가치가 없다며 외면하는 추세다. 젊은 농민들은 대거 고추농사에서 빠졌다. 새로운 농사를 창출하기 어려운 고령농민들이 조금씩 지어서 명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마저 지난해 정도의 가격이 나온다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을거다. 그런데 가격이 조금만 좋아도 aT가 앞장서서 중국산 고추를 수입한다. aT가 오퍼상을 중국으로 보내서 저질 고추까지 수입해온다. 오퍼상들이 손해를 볼 수 없으니 수입 고추를 팔아주려 관보게재도 해준다. 이래선 파국을 피할 수 없다.

▶고추농사의 생산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인건비 비중이 크다. 일당이 5만 5천원에서 7만원 사이다. 1인당 하루 평균 40근 정도 수확한다. 이를 현재 시세로 계산해보면 인건비가 총 수입의 30~40%를 차지한다. 또 고추는 탄저병을 막아야 하기에 농약 값도 만만치 않다. 6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진 열흘에 한번은 농약살포를 해야한다. 6611㎡(약 2천평) 고추밭에 1회 방제비용이 28~40만원이다. 인건비와 농약가격만으로 총 수입의 60~70%를 차지한다.

고추뿐 아니다. 정부는 공산품만 잘 만들고 농산물은 값싼 외국시장에서 사다먹으면 된다는 논리로 미국과 FTA를 추진했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전체 농업이 생산가치가 없는 포기하는 산업이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동안에 총 5조 2천억원의 농업예산을 삭감하겠단다. 현재 농업예산이 8~9조원 수준이다. 결국 순수 농업예산은 한푼도 남지 않을 것이다.

▶파국을 막으려면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 생각하는가?

- 농민이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5년 뒤, 10년 뒤에 닥칠 농업의 붕괴라면 지금 죽기살기로 끝장을 보는 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생산자조직 건설도 바람직하지만 전농이 나서 힘을 배가해야 한다. 정부가 고도의 전술로 운동전선을 탄압하는 정세다. 전농 지도부가 지역의 농민들과 소통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조직해야 할 때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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