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품목-거봉] 동해로 생산량 줄었으나 가격은 ‘그대로’

  • 입력 2013.09.06 13:3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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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안성시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공병천씨가 올해 동해피해로 인한 어려움을 말하며 익어가는 포도들을 살펴보고 있다.
“포도농사 20년 동안 이정도의 동해 피해는 처음입니다. 죽은 나무를 복구하려면 3년이 걸리는데 가격은 그대로니….”

경기 안성시 서운면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공병천(53)씨는 죽은 포도나무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공씨는 3,636m2 규모의 과수원에 거봉을 주력으로 포도 농사를 짓고 있지만 지난겨울 이상기후로 절반이 넘는 나무가 동해 피해를 입었다. 작년 이맘 때 쯤 2,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200만원에 그쳤을 뿐이다. 아직 수확 안 된 물량을 고려하더라도 턱없이 소득이 줄었다. 공씨는 이번 동해 피해로 총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줄어든 포도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포도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공씨가 밝힌 동해 피해 농가는 서운면에서만 17%정도. 전국적으로도 영천, 김천, 경산 등 포도 주산지에서도 겨울철 동해와 봄철 저온 피해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포도 가격은 4일 가락시장 경락가 기준 거봉(5kg상자) 가격이 지난해 평균 1만6,833원 올해 1만6,794원으로 차이가 거의 없다.

공씨는 이 원인으로 경기 불황과 거봉의 비 소모성이라는 특징을 들었다. 거봉은 쌀과 같이 꼭 필요한 소모품성 작물이 아니라는 것. 거기에 경기 불황이 겹쳐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다 보니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인 과수의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 공씨의 설명이다.

“죽은 포도나무 밑둥에 새로 접목을 했는데 이 나무가 자라 포도 열매를 맺으려면 3년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3년간 허리띠 졸라매는 거죠. 생산비도 만만치 않아요.”

공씨의 포도 생산비는 3,305m2(1,000평)당 1,000만원 꼴. 이 외에 3년에 한 번씩 교체해줘야 하는 비가림 시설 비닐이 1,500만원에 시설 융자금도 아직 다 갚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동해 피해로 공씨는 앞으로 3년간 약 1억원의 손해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공씨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난 4월 지자체에서는 죽은 나무 수를 세어 갔지만 피해 농가에 일률적으로 35만원만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농협의 재해보험 중 포도는 해당사항이 없다. 공씨는 “재해보험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지자체에서도 이후 더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기대는 안하고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공씨는 차라리 운송비와 수수료가 안 들어가는 도로 주변 직판장 판매상들에게 납품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포도 2kg을 1만1,000원 정도에 구입해 7,000~1만원 정도 까지 이윤을 붙여 판매한다. 공씨도 이들의 이런 행태를 알고 있지만 가락시장에 출하하면 중간 유통단계가 많아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공씨는 “우리도 일 년 힘들게 농사지은걸 이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걸 알지만 유통단계 없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이 사람들한테 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준다. 폭리 부분은 시에서 규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비가림·노지포도 생산량이 전년보다 6% 감소한 22만톤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품종별로는 캠벨얼리가 5%, 거봉이 12%, MBA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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