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게 해준 보물 ‘농활’

농촌활동 수기 으뜸상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김재경

  • 입력 2013.08.25 19:10
  • 수정 2014.03.23 23:2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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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농활은 특별했다. 친목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제설정 및 농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회를 ‘통해’ 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름 농활을 가기 전 봄 농민 학생연대활동 당시, 나는 전북 고창군과 기업처럼 자매결연을 하여 봉사활동의 명목으로 참여했었다. 총학생회에서 농민회가 아닌 농민과 연대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농민을 대표하는 기구가 농민회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단적인 의사 결정으로 인해 고창을 갔고 부농인 곳으로 배정받거나 물놀이만 하다가 오는 등 친밀함 그 이상의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그래서 내가 속한 사회학과는 사과대가 아닌 농민회와 연대한 인문대와 함께 충주 풍덕마을로 여름농민학생연대활동을 가게 되었다. 꼭 농민회가 있어야 일이 잘 추진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체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고 진정한 연대는 마을 어르신들 분과도 가능하다며 농민회를 배제하는 것은 농민뿐만 아니라 학생의 목소리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7박 8일 동안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밭에 앉아 감자를 캐고 할아버지 앞마당의 잡초를 뽑으며 농민분들께서 주시는 새참은 꿀맛이었지만,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반성회의 시간에 농민회분들과 왜 농민회가 필요한지, 농민과 학생이 연대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교양 시간은 상당히 의미 깊었다. 특히 개 사료보다 쌀값이 더 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이 비싸다며 말하는 국민들에게 쌀 한 톨을 만들기 위해 많은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 밖에도 나는 7박 8일의 연대활동 중 4일 동안 했던 피사리를 잊을 수 없다. 피사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시는 농민 아저씨께서 “피라는 잡초는 생김새가 꼭 벼와 같아서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벼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서 볏논에 거의 피가 뒤덮을 정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를 제거해야만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멀리서 바라볼 때 규칙적인 모양으로 맑은 푸른색을 자랑하며 마음에 편안함을 주던 논에는 뽑아야 할 피가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무릎 훨씬 위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발이 훅훅 빠지는 논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옷에 진흙을 묻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농민분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발보다 장화가 커서 움직이기 힘들었던 터라 피사리가 더 더디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피사리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비닐장갑을 벗고 장화도 벗은 채 양말만 신고 진정한 일일농민이 되어 눈에 불을 켜고 벼 옆에 달라붙어 있는 피까지 열심히 뽑았다. 뽑더라도 제대로 흙에 넣지 않으면 논 속의 물을 제거했을 경우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피를 돌돌 말아 흙 속에 집어넣었다.

160도 되지 않는 작은 나를 보고서 농민분들은 일을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며느리로 삼고 싶다며 예뻐해 주셨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땀이 비 오듯 내리고 허리가 꺾어질 듯 아팠다. 젊은 내가 고작 하루 일했는데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농민분들을 생각하니 정말 감사했다.

7박 8일 간의 여름 농민 학생연대활동은 나에게 진정한 연대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고 나에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준 보물이다. 농민회와 학생단체가 연대하던 초기에는 학생이 농민을 계몽시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으로 연대활동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농민과 학생의 연대는 식물 총학의 강세로 인해 다 사라져가고 있다.

비판적 사고가 열려있고 억압하는 것들에 대해 대항하려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학생집단과 농민집단 세력 두 주체가 분산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의식 수준 모든 것이 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정책 입안과정에 농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학생은 농민들의 소리를 듣는 ‘창구’가 되어야 하고 농민회의 주요사업 및 연대의 핵심인 ‘농민 학생연대활동’은 앞으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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