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자녀, 삶의 질 향상에 큰 몫

거창여성농업인센터 설립 산파역 김태경 씨 - 상담사업 통해 건강한 가정지킴이 운동 전개, 농촌형 보육과, 청소년 방과후 공부방 운영도

  • 입력 2007.12.31 16:12
  • 기자명 박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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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 주상면사무소 뒤 작은 2층 건물. 거창여성농업인센터 부설 어린이집이라는 현판이 보이고 그 옆에 거창여성농업인센터 사무실이 있다.

2층 조립식 사무실을 또 두 칸으로 나누어 한 칸은 방과후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작은 사무실에서 무슨 일을 할까 싶지만 거창의 여성 농민들과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발로 뛰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농업인센터 창립과 같이 해온 김태경 씨. 2008년 여성농민회 회장을 맡기도 한 김태경 씨는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덤벼드는 거창 여성 농민의 희망이다. 김 씨를 만나 거창여성농업인센터의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농업인센터가 언제부터 운영되었는지?

▶2001년 전국시범사업 4개소로 시작하여 현재 전국 37개소가 운영되고 있고 거창은 2002년 3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어요. 농림부에서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2001년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영동 여성농업인센터로 가서 몇 개월 실무 경험을 쌓은 후 거창군여성농민회 차원에서 농림부로 사업을 공모하게 되었지요.

-여성농업인센터의 주요 기능은?

▶무엇보다 여성농업인센터는 문화 복지 교육 시설이 열악한 농촌지역에서 종합복지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가사일과 농사일 밖에 모르고 살아온 여성농민들에게는 마음속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상담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보람은?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이 상담을 통하여 가정을 지키고, 센터 사업들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여성농민들을 볼 때 참 보람되지요.

-거창여성농업인센터만의 자랑이라고 한다면?

▶상담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입니다. 농촌지역사회는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강한 곳으로 여성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에 비해 낮은 인격적 대우를 받고 있는 편이고, 농사일과 가사일을 함께 해야 하는 이삼중고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밭고랑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금새 온 마을에 소문나기 일쑤인지라 마음놓고 자신의 고민을 나눌 공간이 절대 부족한 현실이지요. 그러다 보니 여성농민들은 자신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고, 고민이 커지다 보면 가정해체 문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차원에서 농촌에서 여성농민의 상담 사업은 건강한 가정지킴이 운동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거창의 경우 석사출신의 전문상담사(정명희, 43)가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자랑입니다.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한다면?

▶농촌지역은 문화 복지시설이 없어 텔레비전 보는 것과 마을회관 모여 노는 것이 유일한 놀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농촌 현실에서 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민들이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좀 더 다양한 삶의 영역을 맛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상담교육이 혼합된 리더십 교육과 효율적 부모교육, 의사소통 훈련 등은 자신의 관리에서 출발하여 가족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여성농민의 전문적 자질향상에 기여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노년기의 여성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마을교육은 한글교육과 노래교실, 건강교실이 믹스된 종합학교 성격으로 한 마을당 3년 기한으로 하고 있는데 좋은 평가를 얻고 있어요.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찾아가는 교육은 면소재지 중심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소외된 층들에 호응이 높습니다. 그리고 20∼50대를 대상으로 하는 풍물, 공예, 연극, 댄스 등은 대외적 공연을 다닐 만큼 전문적 기량을 선보이고 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동아리결성으로 연결되어 여성농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가꾸어 가는 초석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2007년 교육 중 6070합창단은 여성농업인한마당 행사에 초청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는 등 주위의 칭찬과 참가자의 높은 만족을 얻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 농촌지역 보육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전국 1천2백여개면 중에서 3백40여개면을 제외하고 보육시설이 없을 만큼 농촌 보육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부가 함께 농사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육시설이 없는 관계로 아이를 업고 밭에 나가기가 일쑤이지요.

센터 부설 숲속샘골 어린이집의 경우 농번기에는 일요일을 제외한 보육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 보육단가의 75%만 지원되는 양육비만으로 운영되고, 잡부금을 없애 농가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예산부담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친환경농산물로 식단을 꾸리고자 노력하고 있고, 농촌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교육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어요. 현재 만 1세에서 6세까지 36명의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고 마을에 또래 친구가 없는 관계로 부족한 사회성 함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육시설 뿐 아니라 북상면, 웅양면, 주상면, 고제면 4개면에서 방과후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각 공부방마다 두 분의 선생님이 상주하면서 숙제지도, 학습지도, 그리고 다양한 강사분들이 특기적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서지도, 짚불공예, 연극관람, 인라인스케이트, 국토순례기행, 방중 캠프 등의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청소년 육성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한계라고 느껴지는 부분과 개선점은?

▶여성농업인육성법에 근거하여 시행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센터는 2008년 163개소 목표인데 2005년 농림부에서 지방으로 이관된 후 단 1개소도 늘지 못한 채 37개소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타보조금 지원시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사업의 활성화에도 한계가 커 개별 사업자들의 희생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어요.

교육사업의 경우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1회성 한시적 사업으로 끝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참가 여성농민들로부터 불만이 되고 있고, 결국 눈으로 보이는 상시프로그램인 보육이나 청소년 공부방에 너무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각 사업별 적정규모에 따른 예산지원으로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것 또한 여성농업인센터 확대와 더불어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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