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는 예보에 반가워 할 새도 없다. 유례없는 지독한 가뭄 탓에 밭에 심은 콩은 타 들어간 지 오래. 그나마 잘 익은 참깨마저 비에 젖어 썩어버리진 않을까 참깨 수확하는 농민의 손길이 분주하다. 꽉 동여맨 밀짚모자, 힘줄이 불거질 만큼 앙 다문 입술, 땀에 젖어 반질거리는 구릿빛 피부는 다름 아닌 묵묵히 버텨낸 한 여름 농사의 고됨이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를 이틀 앞둔 21일, 신우용(67, 경북 예천군 예천읍 통명리)씨 부부는 경운기에 한가득 싣고 온, 갓 수확한 참깨를 집 앞 하우스로 부지런히 나르는 중이었다. 찜통 안에 들어앉은 듯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쓸어내며 하우스에 참깨를 펼쳐놓던 신씨는 “걷어다 말리고 털고… 이후 일이 더 태산이지”라며 잠시 숨을 돌린다. 앞으로 10여일, 바짝 말린 참깨의 고소한 향이 하우스 안에서 진동할 즈음, 지금의 고됨이 조금이나마 보상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