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의 선택

  • 입력 2013.08.23 12:07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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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전쟁의 용사 오디세우스가 돌아오던 길에 풍랑으로 조난을 당했다. 다행히 어느 섬에 다다랐는데 이 섬은 여신 칼립소의 섬이다. 여신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된다.

오디세우스에게 자신과 함께 낙원 같은 섬에서 신들처럼 죽지 않고, 편안히, 행복을 만끽하며, 사랑하며 살자고 속삭인다. 그렇다. 인간의 한정된 삶은 병마의 고통과 빼앗김의 공포와 전쟁의 폭력으로 얼룩져있다. 칼립소와 함께 한다면 아늑하고 행복한 삶이 영원해질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오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선택했다. 칼립소와 함께하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니라 판단했다. 인간으로서 고통과 공포가 견디기 어려운 형국의 길임을 잘 알지만, 신들과 같은 평온한 삶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진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는 칼립소와의 사랑은 오히려 공허한 것으로 판단됐다. 내가 할 일이 있는 곳이 나의 삶터이고 나의 삶터는 사랑과 행복이 언뜻언뜻 지나가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살아가게 하는 동기와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오디세우스와 같은 선택을 강요 받곤한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따라 선택한다. 나중엔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을 잘못된 선택을 통해 개인과 사회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잘못된 선택은 여러 가지 자료를 잘못 해석해서 일어난다. 하지만 의도적 장애물로 자료를 제출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칼립소의 잘못된 판단자료를 오디세우스는 정확하게 판단하고 보편적 인간 행복을 찾아 나선 것이다.

 ‘2015년 쌀 전면 개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본사 주관 대토론회가 열렸다. 상상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오디세우스의 판단을 해야 한다. 아직 일 년이 넘는 기간이 남아있기는 하다. 이런 시점에서 농민들은 관세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인가에 대한 판단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판단근거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선택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관세화 개방을 해야 안락하고 행복한 국민생활이 계속 보장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핸드폰을 많이 파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농사를 짓고 싶어 한다. 그게 그들의 행복이고 살아가게 하는 동기이며 힘이라 생각한다.

농민을 눈꼽 만큼만이라도 미쁘게 생각한다면 정확한 판단근거를 제시하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는 박노자의 주장이 옳다고 믿지 않는다. 최소한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것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방청석의 분노 섞인 질문한마디 “국기에 대한 맹세를 믿을 수 있나. 한 톨의 쌀이라도 덜 들여오게 하려한다는 말 믿을 수 있나. 그렇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 말은 오디세우스의 선택보다 더 무겁고 더 버거운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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