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만과의 전쟁’이 주는 교훈

  • 입력 2013.08.23 11:48
  • 기자명 허남혁 충남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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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미국인들의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2003~2010년 사이에 13% 줄었고, 1999~2010년 사이 총 칼로리 섭취량이 남아는 7%, 여아는 4% 감소했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2005년 미국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에 드디어 수치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8월초 뉴스에서는 2008~2011년 동안 미국 19개 주에서 저소득층 취학전 아동의 비만율이 연 1%씩 낮아졌다는 발표가 나왔다. 조사 대상 40개 주 중에서 3개 주는 비만율이 증가했지만 18개 주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시시피 주에서는 초등학생 비만율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취학전 아동 비만율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같은 성과는 미국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모유 수유, 탄산음료 줄이기 등의 사회적 분위기, 미셸 오바마 대통령 영부인이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학교급식 개선과 먹거리교육을 통한 아동비만 퇴치프로그램인 ‘레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의 역할로 이야기되고 있다.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비교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먹거리로 인한 질병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당뇨병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미 2010년부터 우리나라의 당뇨병 실태를 국가 위기상황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전 국민의 10%가 당뇨병 환자이고, 매년 10%씩 새로운 당뇨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OECD 국가 중 당뇨병 및 합병증 사망률 1위, 당뇨환자 입원비율 2위, 성인 당뇨병 발병률 7.9%로 7위를 차지하고 있다(OECD 평균 6.5%, EU 22개국 평균 6.4%).

참고로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발병률이 우리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일본 5%, 중국 4.2%). 더군다나 최근에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농촌지역의 영양 불균형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농촌 독거노인이나 조손가정 아동들의 비만, 당뇨, 결식 문제는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도시보다 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나 농식품부는 그동안 먹거리로 인한 국민들의 영양과 건강문제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각종 식품 지원정책들은 칼로리만 보고 신선 채소와 과일의 공급은 전혀 신경쓰지 않다 보니, 지역농업과의 연계라는 과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또한 농식품부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할 식품정책을 식품산업 육성정책으로만 바라보아 왔다. 올 하반기부터 서울시지역아동센터들에 신선 과일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가락시장 중도매업체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해서 국내산 과일을 서울시 내 저소득층 지역아동센터들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학교급식 이외에 과채류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몇 년 전부터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미국을 그냥 강건너 불 구경 하듯이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국내 농업에서 발생하는 잉여 농산물을 영양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정책 메커니즘이 우리나라에서도 시급히 확립되어야만, 농민도 도시민도 모두 건강해질 것이다.

로컬푸드라는 최근의 화두 역시 유통 문제이기도 하지만 건강 문제의 관점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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