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린 폭우로 농경지가 침수되고 농작물이 물에 떠내려가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에 따른 대책이 없어 농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경우 최고 450mm 이상 내린 폭우로 인해 인근 도로 공사장의 토사가 떠내려와 비닐하우스를 덮쳤고, 경기도 여주에서는 저수지 둑이 붕괴돼 농작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사현장 토사 덮쳤지만 보상대책 전무
최 씨는 이번 사고를 공사현장의 잘못된 배수로 설치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발생한 배수로는 원래 토마토 농장에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설치한 농업용 배수로. 하지만 공사장에서 배수로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농업용 배수로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었다.
결국 폭우가 내리면서 배수로가 넘쳤고, 공사장의 마사토가 빗물에 섞여 토마토 농장을 덮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최 씨는 “그 날 비가 엄청 왔다. 비가 많이 와도 큰 피해 없이 지냈다. 그런데 공사장에서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고, 우리 배수로에 물을 흘려보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아닌가. 여기에 폭우까지 쏟아져 배수로가 감당해야 할 물보다 넘치게 된 것이다. 빗물에는 공사장에서 나온 진흙과 모래가 섞여 비닐하우스 4동(480평)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분노했다.
예정대로라면 서리가 내리는 11월까지 방울토마토를 출하하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진흙이 덮친 최 씨의 토마토 밭은 손을 쓰기에도 역부족이다. 이미 줄기와 열매가 뒤엉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고, 토마토 줄기의 숨구멍이 흙으로 막혀 이를 거둬내고 다시 수정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토마토를 수확하기 어렵다. 방울토마토 최성수기인 요즘 매일 150만원의 적자를 보며 폐허가 된 하우스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최씨는 공사업체의 허술한 배수로 관리로 농작물 피해가 일어났다며 보상을 요구했고, 공사업체는 배수로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인정하면서도 보상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시공사인 동서 경영현 차장은 “신매-오월간 도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중에 발생한 일이다. 11년째 이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초기 설계를 할 당시에도 25년 동안 이곳에서 내린 비의 양을 분석해 배수로를 설치한 것이다. 이번에 특히 비가 많이 와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덧붙여 경 차장은 “시공사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비닐하우스의 흙을 거둬내고, 줄기를 정리할 수 있는 인력을 제공하는 것 외에 금전적인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최 씨는“한해의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사람의 인재로 농사가 망가졌는데도 보상을 해줄 수 없다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중호우에 노후 저수지 ‘와르르’
이 저수지는 1945년에 건설돼 70년이 다된 노후한 저수지로 지난 안전등급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긴급 보강이 필요했지만, 예산을 핑계로 보강공사가 마뤄지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옥촌1리 임종희 이장은 “4년 전에 흙이 많이 메워져서 흙을 파낸 적은 있지만, 보수공사를 한 적은 없다. 흙벽으로 둘러 싸여있었기 때문에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는데 이번 폭우로 힘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전했다. 옥촌저수지 제방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흘러나온 많은 양의 물로 근처 논은 폐허로 변했고, 비닐하우스와 주택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임 이장은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를 듣고 저수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폭우가 한참 쏟아질 때 방송을 통해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여주군에는 붕괴된 옥촌저수지 외에도 군에서 관리하는 8개의 저수지가 있다. 이들 저수지도 50년 이상 된 것으로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여주군 관계자는 “저수지에 대한 예산은 특별히 만들어 진 것이 없다. 매년 전체 예산중에서 급하게 보수공사가 필요한 저수지에 예산을 마련해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명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