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주류경제학은 죽었다

  • 입력 2013.08.16 13:17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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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7일 서울신문 이춘규 기자가 ‘이제는 농업이다’라는 칼럼을 썼다. 평소 안면이 있는 이기자는 평생 정치부에서만 일해 온 고참 기자이다. 경제부도 아닌 정치부 기자가 농업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작은 충격이었다.

   그의 논지는 간단했다. 이제는 산업부문보다는 농업부문에 최우선적으로 정책과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선진국이 될 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시대적 인식이라 이해된다.

   이제는 농업을 산업으로만 보고 경쟁력이 있는 농업만 살아남고 경쟁력이 없는 농업이나 농민은 도태되어야 한다는 편의주의적 시장론자들의 입장을 탈피해야 한다. 

   세계화 신자유주의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음에도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이 땅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시대의 한물간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다. 특히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이 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있으며 도무지 나아지려 하지 않는다. 아니 아픈지도 모르고 산다. 기존의 현대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이미 우리 시대를 더 이상 진단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예측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대안을 제시할 능력마저도 없어졌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안만을 양산할 뿐이다. 죽은 학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1997년의 IMF 금융위기나 200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예측했거나 그 메커니즘의 문제를 지적한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다. 세계화 신자유주의 시대가 몰고 온 부의 불평등과 인간소외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되는 당위가 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부각되고 협동조합운동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으며 공생과 복지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이 땅의 지도자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시민지원농업, 도시농업,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슬로우시티, 친환경 유기농업, 생태순환농업 등 상생의 경제현상들이 새로운 농업문명운동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음에도 이 땅의 지도자들은 이 또한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경쟁력 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농업부문은 어떤가. 경제현상조차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예측도 하지 못하는 현대경제이론을 무분별하게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적용하려는 관변 농업경제학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 대표적이 사례가 최근 쌀 목표가격 논쟁이다. 정부가 4,000원만 올린다고 했을 때 관변 농업경제학자들은 가격을 높이면 쌀 면적이 늘어나고, 생산량이 증대되면 가격이 하락하여, 결국 농가가 손해라는 경제논리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쌀 생산은 가격이라는 변수로만 결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현실적으로 쌀 생산은 재배면적, 그해의 작황, 단수, 가격, 대체재의 가격, 농기계사용료, 농자재가격, 농작업의 기계화율, 무엇보다 식량주권 등 수없이 많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 많은 변수들 중에 가격만 끄집어내어 가격이 오르면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논리는 맞지도 않고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죽은 경제논리일뿐이다.  

   이렇게 수십 년간 현대경제학에 함몰된 관변학자들과 관리들이 득세하고 판을 치는 사이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은 해체적 위기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2년 식량자급률은 45.1%,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2.8%로 각각 전년의 45.3%와 24.3%보다 떨어졌다.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에 커다란 경고등이 켜졌지만 위기의식은 없다.

   농가소득은 어떤가. 1980년대 이후 1994년까지는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을 상회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98년 외환위기 때는 79.9%로 떨어졌고 2008년 금융위기때는 65.2%로 추락했으며 드디어 지난해(2012년)에는 2인 이상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3,103만원으로 2인 이상 도시 임금근로자 가구(5,391만원)의 57.6%대로 떨어졌다. 그 이유를 농촌가구의 노령화에서만 찾으려는 관변경제학자들의 진단도 사실이 아님은 물론이다. 

   알량한 경제논리만을 쫒아 농업.농촌.농민 정책을 수십 년간 지속하는 사이 우리의 농업.농촌.농민은 고사 직전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대경제이론은 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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