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절절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적확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생생할 수 있을까.
‘강정에 평화.’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애면글면 두 발에 의지해 엿새 동안 제주 전역을 걸었다.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날 선 철조망에 가로막힌 강정포구 앞 구럼비를 두 손을 맞잡아 감쌌다.
입에서 입으로 ‘강정에 평화’가 불러지고 손에서 손으로 ‘강정에 평화’가 이어지고 눈에서 눈으로 ‘강정에 평화’를 확인코자 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구럼비가 학살되는 현장에서 인간띠가 되기를 자청한 사람들은 “구럼비야 사랑해!”를 온 몸으로 외쳤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한 마을의 평화를 송두리째 짓이겨놓은 개발세력의 몽매함에 경고장을 꺼내들 듯 무수한 노란 물결이 강정포구 앞 구럼비에서 연신 일렁거렸다. 지난 4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과 강정포구를 잇는 ‘구럼비를 감싸는 인간띠잇기’에 참석한 사람들 모습 뒤로 대형 공사 장비들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