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협동농장 6곳서 10년째 지속가능한 농업 전파

<인터뷰> 김필주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 회장

  • 입력 2013.08.10 01:5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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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주 회장은 지난 1989년 3월 옥수수 종자개량 지원 목적으로 방북했다. 유엔 북한대표부로부터 초청을 받은 지 2년 뒤의 일이다. 당시 그는 미국 코넬대에서 작물생리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고 종자회사인 파이어니어 하이브레드 회사에서 종자생산기술 보급을 책임지고 있었다. 재미교포인 김 회장은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평양에 가겠다”고 답했지만 정작 비자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서도 많이 망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불안은 평양에 도착하자 씻은 듯 날아갔다고. “비행기에서 딱 내리니까 한 청년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 반겨줬다. 이 사람이 내 핏줄, 내 동족이란 생각이 들자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 김필주 회장은 이북에서 6곳의 협동농장을 임대받아 농업지원 활동을 벌여 왔다. 지난 2006년엔 평양과기대 농생명대 학장을 맡아 이북의 학생들에게 유기농법과 종자학을 가르치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일주일 동안 북녘 곳곳의 종축장과 종자생산농장을 답사한 뒤 종자 전문가로서 사명감을 갖고 대북지원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 1년 2차례씩 방북해 59가지 옥수수 품종을 시험하며 점차 성과를 내던 때, 1995년과 1996년 연이은 대홍수가 한반도 북녘 땅을 할퀴었다.

“본격적으로 종자와 비료, 농약, 농기계를 가져가 농업지원을 시작했다. 봄보리 이모작도 시도해 1997년 326개 농장에 미국에서 가져온 봄보리 종자를 심었다. 그렇게 2모작을 이북에 처음 정착시켰다.”

더 적극적인 대북농업지원을 생각한 그는 2002년 이북에 협동농장 한 곳을 맡겨주면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는 농사를 지어 보겠다고 제안했다. 이북 무역성은 그에게 4곳의 협동농장을 임대하면서 목화 재배를 부탁했다. 중국에서 수입해온 솜 가격이 톤당 1,060달러에서 2,500달러까지 상승해 식량수입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뒤 물밀 듯 이뤄지던 이남의 대북민간교류는 이남 정권의 대북강경책으로 빛이 바래졌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개성공단마저 문이 닫혔다. 하지만 일흔여섯의 노학자는 북녘에 남아 지속가능한 협동농장을 만드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목화재배 협동농장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이북은 목화 재배에 좋은 기후는 아니다. 좋은 품종을 찾았지만 첫해엔 비료를 너무 많이 줘서 작황이 안 좋았다. 다음해엔 비료를 안 주고 셋째 해에 1정보당 2.3톤을 생산했다. 이북의 기후와 토질을 고려하면 상당한 생산량이 나온거다. 황해북도 봉산군 천덕리, 황해남도 상천군 련평리 등 4곳의 협동농장에서 시작했는데 2011년에 황해북도 련탄군 도치리 농장을 그리고 지난해엔 황해남도 강령군 삼봉리 농장을 추가로 맡았다. 6개 농장을 합한 총 면적은 4,200정보(1,260만평)이고 6개 마을 2만2,000여명의 주민 중 7,500여명이 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 무기질 비료를 줄이면서 자연미생물 비료나 아미노산 비료를 통해 토양개량을 시도하고 있다. 흙에 토양미생물이 없으면 어떤 비료를 줘도 쓸모가 없다. 또, 북쪽처럼 화학비료나 농약을 많이 사용할 수 없는 곳에는 유기질비료가 생산량을 늘리는 데 더 도움이 된다.
현재 이북은 땔감이 부족해 볏짚도 태울 수밖에 없다. 그걸 줄여야 한다. 볏짚은 농사로 돌아가 토양활성화에 사용돼야 한다.

지난해 6.28조치로 앞으로는 주민이 수익의 70%, 정부가 30%를 갖게 된다. 이에 맞춰 소그룹이나 가족단위의 농업을 개발하려 한다. 이를 뒷받침할 물류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2006년 평양과학기술대학 농생명과학기술대학 학장에 임명됐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 평양과학기술대학은 2009년에 준공됐고 다음해 10월부터 학생들을 받아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 농생명대 학장으로서 유기농법과 종자학 강의를 하고 있다. 1학기 분량을 4~6주 동안 평양에 체류하며 한꺼번에 가르친다. 이 곳엔 이북의 각 대학에서 1년 이상 공부한 학생들이 뽑혀온다. 첫해엔 영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나머지 3년은 영어로 강의를 듣는다. 내년 가을에 첫 졸업생들을 배출한다. 대학원도 있는데 지금 2학년들이 내년 봄에 졸업한다. 다들 착한 학생들이고 학업도 열심이다.

▶올해 초에 2014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의 남북 공동주최를 제안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인류는 자연을 통해 각 민족의 특성이 정해지고 민족적 특성에 따라 문화가 형성된다. 생물다양성과 인류의 문화가 하모니를 이루며 공존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총회의 공동주최를 통해 60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DMZ를 중심으로 자연보전을 모색하면 통일로 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DMZ의 반은 북녘에 있다. 이곳의 자연을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일은 이남이 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남북교류가 다시 재개된다면 농업분야는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 이상기후로 인한 천재지변과 인공적 재해로 농사를 못 짓는 상황에 대비하려면 최소한 식량자급률이 70%는 돼야 한다. 그런데 이남은 20% 정도다. 남북이 힘을 합쳐 한민족의 식량생산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식량지원을 넘어서서 이북에 길도 놓고 관개수로도 설치하는 등 기반시설 확충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대북민간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2008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와 충청북도가 천덕리 협동농장에 농기계도 지원하고 온실도 짓는 등 기술지원을 했다. 앞으로 이 같은 민간지원이 활성화되면 통일이 더 가까워진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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