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팜한농의 대규모 농지 매입, 숨겨진 속셈은?

지난 1월 시험연구실습용으로 논산지역 농지 12만1,861㎡ 매입 드러나
매입지 일부 배수로 설치 등 공사착수

  • 입력 2013.07.19 19:4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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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한농이 충청남도 논산시의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한 게 농민들의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동부팜화옹은 시험연구실습용으로 농지를 취득했다고 주장하지만 매입면적이 12만1,861㎡(약 3만7,000평)에 달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게다가 연구용으로 농지를 매입했더라도 생산한 농산물은 임의로 처리할 수 있어 논란이다. 이번 농지 매입이 농업 진출과 부동산 투기 둘 다를 노리는 포석일 수 있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동부팜한농의 농지 매입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말, 지역 농민들은 논산시 가야곡면 일대에 적잖은 규모의 농지가 개발된다며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이광석)에 제보했다. 동부팜한농이 매입해 개발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동부팜한농은 지난 1월 22일 가야곡면 등리 423-1을 포함한 농지 42필지를 한꺼번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팜한농은 농지 매입에만 최소 3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 동부팜한농이 지난 1월 매입한 농지 중 일부에선 평탄작업과 배수로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농지법 제6조 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동법 제6조 2항과 시행규칙 제6조 5항에 따르면 기업이 시험지?연구지?실습지 또는 종묘생산지로 농지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이 농지취득인정을 신청하면 시?도지사는 그 신청내용을 검토한 뒤 농지취득인정서 발급여부를 결정한다.

동부팜한농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 동부팜한농이 충청남도(도지사 안희정)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엔 지번별로 주재배 예정 작목과 영농착수시기가 밝혀져 있다. 영농착수시기는 지난 6월에 집중돼 있으며 작목은 고구마, 고추, 벼, 복숭아, 사과, 포도 등 총 18가지에 달한다. 충청남도는 이 내용을 검토하고 지난 4월 26일 동부팜한농에 농지취득인정서를 발급했다. 이어 30일 가야곡면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으면서 동부팜한농의 농지매입이 완료됐다.

현재 공사는 매입한 농지 중 일부면적(2만7,634㎡)에서만 진행 중이다. 땅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과 배수로 설치까지 논산시에서 공사허가(17일 현재)를 얻은 상태다.

동부팜한농의 농지 매입은 적잖은 의문점을 던진다. 우선 농지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이미 논산지역엔 동부팜한농의 자회사 동부팜이 논산시와 함께 운영하는 유리온실단지가 있다. 연무읍에 자리한 동부팜 유리온실의 면적은 3만6000여㎡다. 그런데 연구목적으로 동부팜 유리온실의 3배가 넘는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농지 매입비용만 최소 30억이 넘는 투자가 연구목적이라면 대대적 홍보도 따랐을 터다. 실제 지난해 동부팜한농은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하며 종자사업 주권을 되찾겠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용 농지매입은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한 감이 있다.

또, 주변 주민들에게 신속한 조처를 취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야곡면 공사현장에서 만난 이인덕(79)씨는 “동부팜한농에서 공사부지 주변 논의 1년 경작권을 샀다”면서 “큰 기업에서 거짓말 하겠냐. 주민에게 도움을 주지 해는 없다는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

배한승 가야곡면 등리2리 이장은 “공사가 시작된 뒤 현장소장에게 설명회를 요청해 마을 주민들을 모아 설명회를 한 번 했다”고 전했다. 배 이장은 “그런데 미리 동부팜한농에 임대로 논을 판 주민들이 호응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며 “원래 각종 농약시험을 통한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하려 했는데 덮어두려는 주민들이 많아 힘이 없다”고 개탄했다. 동부팜한농이 매입한 농지 주변 역시 대다수가 논인데다 인근엔 저수지가 있어 농약시험이나 연구에 부적합하다는 게 배 이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동부팜한농이 주변 농민들을 미리 포섭해 제대로 이의제기조차 못했다고 전했다.

동부팜한농의 대규모 농지매입의 쟁점은 결국 농지에서 생산된 농작물 판매 여부에 맞춰질 전망이다. 농지매입 목적이 시험연구실습용이라 하더라도 현행법으론 생산한 농작물의 판매를 막을 수 없기 때문.

김용남 논산시 농지산림계장은 “실험용 농지라 하더라도 행정에서 생산물 처리까지 관리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계장은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나온 작물만 재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작목을 바꿀 수 있다”면서 “유리온실도 농업이니 지을 수 있다. 농지형태만 갖추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권오진 충청남도 농촌개발과 주무관 역시 “생산된 농작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농지취득인정과 관련 없는 부분으로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동부팜한농이 농산물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매입한 거라면, 지난 3월 26일 동부팜화옹 유리온실 포기선언은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을 피하려 던진 진정성 없는 공수표에 불과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동부팜한농은 농산물 판매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승택 동부팜한농 현장소장은 “이 곳에서 나온 농산물의 매각은 없다”고 펄쩍 뛰었다. 한 소장은 “퇴비장을 조성해 대부분 폐기하고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은 자체적으로 소모할 것”이라 말했다. 조청석 동부팜한농 작물보호연구팀 차장도 “기본적으로 등록을 하려면 일정규모의 농지에서 시험을 거쳐야 한다”라며 “가야곡면의 농지는 오로지 연구용”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부동산 투기를 노린 농지 매입이란 해석도 나온다. 매입한 땅이 농지에서 풀린 뒤 매각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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