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권력에 맞서 ‘우리마을 지키기’

사진이야기 農寫 홍천군청 앞 골프장 건설반대 노숙농성

  • 입력 2013.07.14 22:2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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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밝힐 전등 하나, 더위를 식힐 선풍기 하나 없이 노숙농성을 이어간다. 146일째다.

 

▲ 구만리 주민들은 2006년부터 골프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횟수로 9년째. 지난 10일 구만리 주민들이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허위 부실 평가를 근거로 진행된 골프장 인허가를 즉시 취소하라며 농성을 하고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강원도 홍천군청 앞 골프장 건설 반대 노숙 농성장. 미처 헤아리지 못한 146일을 처절히 버텨 온 홍천주민들이 있다. 얇은 스티로폼 위에 깔린 돗자리 한 장, 눅눅한 이불 몇 개, 한 독지가가 기증한 모기장 2개가 농성장의 전부다. 어둠을 밝히는 전구 하나,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선풍기 하나 없다. 146일을 버텨오는 동안 군청은 4차례에 걸쳐 농성장을 철거했다. 농성을 위한 그 무엇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군청에 주민들은 끈질기게 맞서고 있다.

월운리의 조인자(59)씨는 “내 고장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보상비? 그깟 몇 푼 더 받기 위해 수 년 동안 (맞서 싸운 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했다. 갈마곡리의 양금단(74)씨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정수장 바로 옆에 농약이 이슬비처럼 날라드는 골프장을 짓는다는데 우리 애들을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고 했다. 구만리의 반경순(55)씨는 “2006년부터다. 골프장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범죄없는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범법자가 됐다.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행정이 자본가 편에 서서 그들만을 대변한다. 우리의 터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중”이라고 했다.

구만리의 경우, 최근 골프장 입지 개발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 중 하나인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허위, 부실 평가를 근거로 진행된 골프장 인허가를 즉시 무효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박성율 집행위원장은 “현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강원도 골프장 대부분이 환경영향평가서를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현재 홍천군에서만 14곳의 골프장이 개발 또는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골프장 난개발에 맞서 공동체를 지키고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1만인 서명, 군민 선전전, 골프장 반대 촛불문화제 등을 이어가고 있다. 개발주의와 권력의 거대한 힘에 맞서 삶의 터전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불빛 하나 없는 농성장 한 편에 책이 하나 놓여 있다. ‘우리마을 이야기.’ 1960년대 일본 나리타공항 건설에 맞선 산리즈카 주민들의 치열한 투쟁을 그린 만화책이다. 저자는 당시 나리타공항 반대 투쟁에 나선 한 농민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헌법의 서문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민주주의가 우리들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획득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골프장 난개발에 맞선 홍천 주민들의 ‘우리마을 이야기’는 147일째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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